[월드컵유치 비화] 불국사 해외언론인 환대
기사입력 1996년 06월 17일 16시 47분
**출입막던 내부 선뜻 공개 **승복속 '월드컵 티셔츠'로 축구열기 심어줘 한국이 일본과의 2002년 유치경쟁에서 막판에 전세를 뒤집게 된 데는 해외언론인들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 큰 힘이 됐다. 스위스 취리히서 () 집행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아벨란제의 임기는 이제 끝났다' `아벨란제의 숨통을 끊으려는 시도…' 운운하는 기사가 게재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롭 휴즈 기자(54)의 이 기사는 아벨란제에게 결정타를 먹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해외언론, 특히 냉정하고 합리적인 유럽언론들이 한국에 대해 이처럼 호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무엇일까. 이는 한국방문을 통해 생활속에 깊이 스며든 국민들의 축구열기를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유치위는 지난2년 동안 회원국 18개국을 포함, 27개국에서 86명의 언론인을 초청했다. 자비부담으로 한국을 찾은 사람들을 합치면 1천여명에 이른다.
마지막 한국 방문단은 지난달 4~11일까지 5박6일간 한국에 머문 피터 츠위키씨(스위스 주간 스포르트) 등 9개국 12명. 일행은 시찰코스에 따라 5월8일 경주 불국사에 들렀다.
불국사 석가여래좌상은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보존상의 이유로 특수유리 칸막이가 설치된 국보 24호. 스님들의 예불과 의 점검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그러나 일행의 신분을 알게된 관리스님은 이들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용단을 내렸다. 물론 사찰측의 허락을 받고서다. 안내하던 유치위 관계자마저 깜짝 놀랄만한 환대였다.
불국사 경내를 돌던 이들을 또한번 놀라게 한 것은 초파일(24일)을 앞두고 신도들로부터 연등(燃燈) 접수를 받고 있던 처사(處士). 이들을 보자마자 갑자기 입고있던 승복 저고리를 활짝 펼치는 것이 아닌가.
2002년 월드컵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티셔츠를 자랑삼아 내보이며.
그는 이어 맨발인 채로 돌계단을 내려와 이들에게 기념촬영을 요청, V 사인을 그려가며 사진까지 찍었다. 그러니 이들로선 `한국은 정말 축구의 나라'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일행이었던 피터 츠위키 기자는 이후 4면짜리 특집기사를 게재했고 스페인 에페통신의 갈레고 기자는 6회의 특집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