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취중에 광주서“잠실 따블”
기사입력 1996년 06월 14일 15시 22분
마땅히 다른 해소 방안이 없어선지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 든다.
조금이라도 틈(시간)이 나면 부지런히 양조회사의 매상을 올려 준다.
오죽하면 술마시기 더없이 좋은 기회라 해서 `숙직'을 `술직'으로 `출장'을 `술장'으로 부를까….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기를쓰고 마셔 대고 있다.
그러나 불쌍한 직장인들은 필름이 여타 부류의 사람들보다 빨리 끊긴다.
이유가 있다.
술이라는 것은 천천히 마셔야 하는데 말단들이 시간이 어딨나,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시간 차 공격을 해야 한다. 술은 안주가 좋아야 하는데 돈이 없는 말단직장인들은 안주 없이 마셔댄 막술로 나중에 약값이 더 들어 가도 우선은 대충 마시기 때문에 금방 취하고 만다. 나의 후배 말단사원 A도 일의 피곤함과 인간적 서러움을 술로 푸는 스타일인데 그가 마셨다하면 안하던 짓을 꼭 한가지씩은 수립하는 관계로 회사는 늘 바짝 긴장을 하며 그를 대한단다. 그런 그가 중요한 일로 술장 아니 출장을 명 받았는데 술 마시고도 탈없는 다른 사람이 없었던 거겠지. 광주(경기도 말고 남쪽의 광역시 광주말이다)로 출장을 간 그가 아침에 거래회사서 중차대한 업무계약을 해야 했는 데 나타나지 않더란다. 그런 연락을 받은 부장이 서울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자고 있더라지 뭔가. 환장을 할 것 같은 부장 어찌된 일인가를 물었는데 본인도 광주의 시내서 술을 마신 것 까지만 기억날뿐 왜 자기 몸이 서울의 자기 집 안방에 뉘어져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광주에 간 것은 분명하니 그 술집의 성냥을 보란다.
용의주도한 A의 부장이 광주까지 탐문수사를 벌인 결과 내용이 드러났다. 술집에서 나온 술떡이 된 A, 내일 중요한 업무를 위해선 서둘러 가서 편히 자야 한다며 택시를 잡더란다. 술집 종업원 중 한사람이 A가 V자 손가락으로 이렇게 외치는 걸 보긴 했지만 별로 중요하게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끄윽! 잠실 따블!! 잠실 따블 오케이?!"
광주의 택시 운전수는 입이 귀밑까지 째졌겠지.
"워메 기분 종거! 여그서 서울 잠실까지 미터기에 따블이면 힐힐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