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스타와 삐삐
기사입력 1996년 06월 12일 14시 58분
##가요등 녹음 다양한‘개성연출’ ▣... 신세대 필수품 `삐삐'. 이제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도 허리춤에 삐삐를 차고 다니는 선수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삐삐에는 인사말 녹음 서비스라는 게 제공된다.
호출한 사람이 미리 녹음된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마련된 호출기의 기능 중 하나다.
보통 "이름과 용건을 남겨 달라"는 레퍼토리가 대중을 이루지만 애청곡을 손수 녹음해 두었다가 호출자에게 들려 주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들도 삐삐에 자신만의 향내가 배어나는 인상적인 인사말을 담아 두고 있다.
`영원히 너와 함께 새하얀 꿈을 꾸면서...'
여자 배구대표팀 주공격수 장윤희(26.호남정유)는 의 `너를 사랑해'라는 발라드곡을 삐삐 인사말로 녹음해 놓았다.
지난 겨울 배구 슈퍼리그 동안엔 댄스그룹 터보의 `검은 고양이 네로'였다가 최근 분위기를 확 바꿔 버렸다.
장기레이스와 우승부담으로 지친 심신을 신나는 댄스뮤직으로 풀었다면 감미로운 발라드는 96 출전권을 따낸 후의 안정된 심리상태를 드러냈다고나 할까.
남자 유도 86㎏급의 금메달 기대주 (25.마사회).
은 올림픽 개막을 50일 앞둔 지난달 30일 태릉훈련원서 열린 `필승 결의대회'서 400여명의 태극군단을 대표, `이기고 돌아오자'는 결의문까지 낭독했다.
그런 그의 삐삐에는 뜻밖에 잔잔한 목탁 소리를 배경음으로 깐 불교 경전인 금강경이 흘러 나온다.
"남들과 구별되는 뭔가 색다른 삐삐를 연출하고 싶었다"는게 불경 수록의 이유다.
그는 여자양궁 이은경(24), 레슬링 (23) 등과 함께 훈련원내 불자(佛者)모임인 한마음불자회에 가입, 1주일에 한번은 법당을 찾는 독실한 불교 신자다.
금강경을 녹음하기 전에는 누나 전성옥씨(28)가 지난해 출반한 앨범속에 실린 트로트곡을 담았었다.
앨범 홍보가 그 이유였다니 누이 사랑도 유도 실력 못지 않은 셈이다.
이와는 달리 남자배구 오빠부대의 우상 신진식(22.성균관대)의 삐삐는 아무 것도 실어 놓지 않은 백지 상태.
유행가 가락이나 육성의 흔적없이 "삐삐 호출은 1번, 음성녹음은 2번"이라는 기본 메시지만이 있을 뿐이다.
신세대 스포츠 스타들은 삐삐를 통한 `자기 연출'에서도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