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잔디구장 '풀밭' 위기
기사입력 1996년 06월 08일 15시 50분
## 그나마 몇개 안되는 시설인데… 월드컵유치의 상승무드에도 축구장 잔디가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몰이해로 연일 축구 잔디구장이 짓밟히고 있는 것.
한국의 그라운드 수준은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다. 그나마 양질의 잔디를 보유하고 있던 몇몇 구장마저 일부 몰지각한 기업과 자치단체들로 인해 머잖아 풀밭으로 변할 지경에 이르렀다. 8일 목동잔디구장에서는 임직원 8천여명이 체육대회를 벌였는데 지난 6일 부천 -안양 전까지만해도 국제적인 수준을 자랑하던 잔디가 크게 손상됐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선봉에 섰던 대한축구협회장의 가문인 에서 일어난 일이라 "누구는 월드컵 유치를 위해 입술이 부르트고 한편에선 축구장을 짓밟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더 높다. 측은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천 이 잔디보호를 이유로 운동장 사용을 반대하자 관리책임이 있는 에 압력을 넣어 이날 행사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7일 포항전용구장에서는 `한마음축제'가 벌어져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열린 음악회' 여파로 시름시름하다 겨우 초록을 띠어가던 그라운드가 다시 엉망이 돼버렸다. 은 오는 10일과 11일 이틀간에 걸쳐 국내 최고 양질의 그라운드 컨디션을 갖춘 광양전용구장에서도 `한마음 축제'와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어 광양구장의 운명도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 광양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남은 대주주인 의 이같은 결정으로 당초 오는 12일 광양으로 잡혀있던 수원 삼성과의 경기를 순천으로 변경해야 했다. 또 지난달 초에는 울산종합운동장이 경남도민체육대회를 주관하는 울산시 당국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황폐화되는 바람에 독일 슈투트가르트 초청경기가 취소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잔디구장의 수난에는 대한축구협회의 무성의도 한몫 거들고 있다.
축구협회는 의 행사를 지난달부터 파악하고 있었지만 행사장 변경 협조공문 한차례 발송하지 않았고 체육대회도 회장사의 행사라서인지 수수방관했다. <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