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통신]
기사입력 1996년 06월 07일 17시 11분
## 허리 굽혀 실속챙기는 일본인 일본은 서비스의 나라다. 일본 발음으로는 `사비스'인데 나로서는 호텔과 택시가 `사비스의 천국' 일본을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2가지다. 원정때 일본 각지의 호텔을 이용하고, 택시를 타면 지금도 사람들이 친절하고 고분고분한데 대해 놀라곤 한다. 길도 잘 모르는 데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우리나라와는 운행 방식이 다른 일본에서는 택시를 타는 게 편하다. 나와 가족들은 물론, (김)성한이형도 구단으로부터 택시 티켓을 받아 쓴다.
집값이 워낙 비싼 일본에서는 시내에 집을 구하지 못한 사원들을 위해 켓 통비를 회사에서 지불해준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중심가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사원이 에서 신칸센으로 30분 떨어진 위성도시에 살면 출퇴근 비용을 지불해 주고, 계약을 맺은 회사의 택시를 타고 티켓을 주면 회사가 정산한다. 일본의 택시는 회사의 배차 센터에 무선이나 카폰으로 연결돼 있어 어느 곳이라도 부르면 5분이면 온다. 우리나라와 같이 손님들이 도로까지 나가 멈추지도 않고 창문만 열고 다니는 켓 시에 대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가. 짐이 있으면 운전사가 내려서 직접 실어주고, 모르는 길도 지도를 보거나 물어서 끝까지 데려다 준다. 외국인이나 외국생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우리나라 택시의 불편함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하는데 한국보다 물가가 보통 3배이상 비싼 일본이기는 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기본요금이 600엔(약 4천500원)이라는 요금 차이가 그 원인의 하나인 듯하다. 호텔에서도 직원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거북스러울 정도다.
지나갈 때마다 꼬박꼬박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으면 벨멘이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듯이 하고 말한다. 손님 보다 위에 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빨래를 맡기면 빨기 전에 일일이 주머니를 뒤져 메모지라도 있으면 반드시 돌려준다. 애로사항을 직원이 처리하지 못하면 금세 지배인이 달려와 백배 사죄하고 처리해 준다. 처음 일본을 방문해서는 한국이나 미국에서와 같이 1천엔을 놓고 운동장에 나갔더니 요금에 봉사료가 포함돼 있다며 가져가지 않았다. 이런 `사비스'를 받으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본은 자신을 낮추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나라라는 결론을 얻었다. 자기 나라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이렇게 친절한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을까. 그런 면에서 역시 일본은 `웃음 속에 칼을 감춘'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