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마술사] 포커 - 레이즈의 마술사 '땅-땅-'
기사입력 1996년 05월 24일 15시 45분
결단력, 인내력, 배짱 등은 포커 뿐만이 아니라 사업, 증권투자 등 여타 인생살이에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들이다.
포커에서는 베팅실력을 하나 더 보태는데, 베팅이야말로 가장 결정적인 요소. 그중 백미는 바로 `땅-땅-'이다.
`땅-땅-'은 이를테면 `1천 받고 1천 더' 하는 식으로 똑같은 금액만큼 곱절 베팅하는 것이다. 상대를 겁주지도 않고 자신이 겁먹지도 않는 베팅으로, 판을 키우는 고난도 테크닉이다. 필자의 포커 선배였던 K씨는 `땅-땅-'에 관한한 당대 최고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장안의 고수였다. 일화 한가지. 1대1의 상황이다. 6구째 K씨의 액면은 그림 이다. 손안에 3,4를 들고 있어 스트레이트 메이드. 반면 상대는 처음부터 레이즈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림 의 액면으로 현재 J트리플 정도. 6구에서 상대가 또 베팅을 주도한다. K씨는 액면에서 100% 이겨 하프 베팅이 예상됐으나 `땅-땅-'으로 응수.
그러자 상대가 또 레이즈를 하는 것이 아닌가. 1대1의 대결을 구경하는 나머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 K씨의 손으로 향한다. `또 땅-땅-일까?' 순간 K씨는 정확히 하프로 레이즈. 상대는 그제서야 흠칫 놀란다. `땅-땅-'에서 하프로 슬그머니 물러서는 낌새가 심상찮기 때문. `흠, 스트레이트가 된 모양이군'. `그렇지만 나도 죽을 수는 없지?'
짐짓 겁을 먹은 상대는 그러나 콜을 한후 풀하우스를 시도한다. 하지만 막판 풀하우스가 뜨는 것은 어려운 확률. 결국 못뜬다. 이때 K씨는 정확한 하프베팅으로 상대를 또 괴롭힌다. 이미 페이스가 흔들린 상대는 `K의 카드가 낮은 트리플인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미련을 가지고 콜. K씨의 절묘한 베팅에 상대의 피해는 커져만 갔다. < 이윤희 (포커, 알면 이길 수 있다)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