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극당 산울림 '핏빛달'
기사입력 1996년 05월 23일 15시 51분
** 새로운 극형식 신인들 연기열정 잘 어우러져 흔히 극단 산울림하면 박정자-손숙-로 이어지는 여성연극의 메카로 부른다. 이들의 무대는 늘 관객으로 붐비고 화제가 된다. 여기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극단 산울림은 새로운 작가와 연기진이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선보이는 실험무대를 지속적으로 꾸며오고 있다. 이것은 산울림의 보이지 않은 연극에 대한 애정어린 투자다. 요즘 공연하고 있는 `핏빛달'(미셀 트랑블레 작, 채윤일 연출)은 네번째 실험무대다. 국내 최초로 작가의 작품을 지난 3년여동안 산울림에서 연기수업을 받아온 신예들이 출연, 형상화하고 있다. 우선 이 무대는 독특한 극형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언니 알베르틴느와 동생 마들렌느라는 두명의 등장인물이 삶을 회고하면서 자신에 대한 애증과 삶에 대한 분노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주인공 알베르틴느를 30대부터 70대까지 5명의 등장인물로 설정, 그 세대마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관객들은 한 여성의 눈물어린 인생여정을 매우 사실감 넘치는 인물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한 세상을 살아온 여인이 핏빛달의 검붉은 색깔 아래서 토해내는 슬프고도 가슴 아린 사연. 그것은 과거의 나를 향한 시간여행을 통해 부정하고 싶은 과거가 바로 자신의 삶 그 자체였음을 겸허히 수용하는 아름다운 인생관을 보여준다. 유일하게 객원 출연한 노영화를 중심으로 정효인 이국희 윤혜정 이윤화 이계희 등 산울림의 차세대 배우들의 기량성숙이 눈에 띄었고 이들에게 가능성을 발견할수 있는 무대였다. 박동우의 서정적인 무대 역시 그의 실력을 한눈에 조망하게 만들어주었다. 6월16일까지. 오후 4시30분, 7시30분. 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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