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젊은 호랑이 조련’김감독 개인면담

기사입력 1996년 05월 23일 15시 38분


◎... 요즘 해태 벤치에서는 어색한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감독은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고 선수는 그 몸짓에 기가 죽은 듯 꼿꼿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가까이에서 그 내용을 들어 볼라치면 더욱 극적이다.

아래는 김감독과 고졸 6년생 김재덕의 대화.

김감독: "너는 싸움할때 먼저 두어대 맞고 시작하냐. 먼저 맞으면 이길수 있냐."

김재덕: "(갑자기 웬 싸움이야기인가 싶어서 얼떨떨한 표정으로)아닙니다."

김감독: "그런데 야구할 때는 왜 그러냐. 투스트라이크 먹고난 다음에 좋은 공이 들어오겠냐(김재덕은 최근 공 2개를 그냥 쳐다보고 지나친 적이 많다)."

김재덕: "..."

김감독: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가야 좋은 공을 치지. 알겠냐."

김감독 특유의 질박한 비유가 기가 막히다.

최근 김감독은 매일 선수하나씩 불러놓고 면담을 시작했다.

내용은 야구기술부터 사생활까지 광범위하다.

`호랑이 감독'으로 웬만한 선수들은 감히 얼굴도 못 쳐다봤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만저만한 변화가 아니다.

그러나 김감독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올시즌부터 등 고참선수들이 빠져나가고 대부분 젊은 선수들이 팀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

"젊기 때문에 쉽게 분위기를 탈 수 있어 잘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 김감독의 설명이다.

작년말부터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했던 김감독.

지난 22일 삼성전 패배로 5연승을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그의 `하루 한명 면담'은 꽤 오래갈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