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실구들이 '제2의 인생'축하
기사입력 1996년 05월 18일 14시 43분
**통과의례-해외여행-외식등 푸짐한 잔치 **호텔들 다양한 행사마련…상업-희극화 우려도 `성년의 날'을 챙겨주는 가족이 늘고 있다. 2~3년전만해도 으레 친구나 애인이 챙겨주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최근들어 부모 형제는 물론 일가친척까지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73년 각종 기념일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년 5월 셋째주 월요일로 지정된 `성년의 날'은 만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자부심과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 제정된 것.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성년을 맞는 사람은 834,766명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성년의 날은 연인들의 기념일로 대변돼 왔으나 최근들어 가족들의 기념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로 성년을 맞는 김영길군(성균관대 3년)은 "부모님께서 `우리 아들 성년되는 날에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며 일가친척 모임을 제의, 내심 놀랐다"며 "여자 친구가 장미꽃과 키스를 선물하기로 했었는데 하는 수 없이 하루 미뤘다"고 말했다. 개중에는 공동묘지에서 밤새기, 포경수술해주기 등 `통과의례' 차원의 이벤트를 벌이는 가정도 있다. 새끼사자를 절벽에서 밀어내는 심정으로 다소 위험한 담력 테스트라도 기꺼이 감행한다는 것. 만스무살된 막내동생을 둔 김정훈씨(30.경기도 고양시 주엽동)는 "어렸을때부터 하도 겁이 많아 이번 기회에 인공 암장타기로 담력을 키워줄 참"이라며 "당초 번지점프를 계획했으나 잇단 사고로 계획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통과의례 절차는 이밖에도 밤새 술 먹이기, 나이트클럽이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로 데려가 별천지를 보여주는 등 집안 분위기에 따라 천차만별. 재력가 부모들은 20년동안 잘 커준 수고를 고가의 선물로 치하하기도 한다.
배낭여행을 조건으로 유럽 왕복 항공권을 주거나 운전면허증이 있을 경우 스포츠카를 사주는등 자녀들에게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될만한 선물로 제2의 인생을 축하하는 것. 쌍꺼풀 수술을 비롯, 성형의 기회를 주는 딸 가진 부모도 적지 않다. 청소년과 신동헌 지도계장은 "주례, 초례축사, 성년 선언등으로 구성되는 전통 성년 의식은 삼한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전통"이라며 "파티나 이벤트도 좋으나 자칫 상업화, 희극화의 길을 걸을까봐 우려되는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성년의 날 가족 모임이 증가하면서 주요 호텔들은 다양한 사은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웨스틴의 경우 76년생과 함께 온 4인이상 단체손님에게는 케이크를 주고 당사자에게는 기념 칵테일을 제공하며 신라, 하얏트 등의 나이트클럽은 칵테일이나 카드, 꽃 등을 선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