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의자 앉아보셨나요
기사입력 1996년 05월 16일 15시 04분
##북악스카이웨이 조각공원 연인들 "맞춰보자"인기
"어디 맞춰볼까."
"좋아."
"야 딱 맞지."
"으응, 그래."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정상휴게소에 궁합의자가 등장, 데이트커플들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관할 종로구청이 작년 팔각정을 철거하며 10여개의 작품들로 새롭게 단장한
조각공원내 석제조각품인 `회전의자상'이 연인들로부터 `궁합'을
가늠하는 의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
높이 1.5m, 너비 50㎝ 정도의 이 화강암 의자는 둘이 앉기에 다소 작아
대부분의 커플들은 남자의 무릎위에 여성이 앉는 자세를 하는 게 일반적.
이때 앉음새가 편해야 `속궁합'이 맞는다는 말에 너도나도 이 의자에
앉는 바람에 팔걸이부분은 닳고 닳아 반들반들, 시커멓게 변색이 돼 있을 정도.
미팅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황모양(23.Y대 4년)은
"궁합의자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혹시 궁합이 맞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면서 "함께 앉아보니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것은 물론 꽉 찬 느낌이 괜찮았다"고 좋아했다.
이 회전의자가 `궁합의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아래에 한쪽만 나온
다리부분이 건장한 남성의 심벌과 흡사, 왕성한 성생활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
김유석씨(27.회사원)는 "민족의 명산인 북악의 정기가 이 의자의 `다리부분'에
모인 것 같다"면서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면 힘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젊은 연인들 사이에 `궁합의자'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아기를 갖기 원하는
부부들도 찾아 출산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이곳을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진실의 입'처럼 서울의 명소로
개발해야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곳에 오르면 서울 중심가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도 있어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을 것이라는 것.
더욱이 나신의 남자가 여성의 뒤에 선채 몸을 맞대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의
석제 조각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시품이 성을 형상화하고 있고 수백년 된
향나무의 휘어진 가지가 연인들의 벤치로서 안성맞춤인 등, 사랑의 공원으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