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운명(運命)의 장(章)(21)

기사입력 1996년 04월 12일 16시 00분





무슨 뜻인가?

황보백령이라면 동방산장의 이소야 즉 목엽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

황금사원의 주인은 힘없이 웃는다.

"그러나 정말 그는 떠났다."

"사실이라면 당신은 매우 불행해."

"그런가…?"

"이소야를 그런식으로 보냈다니 실망이야. 난 황금사원의 주인이면 어딘가 틀릴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이 여인들의 대화는 상식 밖이었다.

한편에서는 혈마사와 일심부의 인검수들이 처절한 싸움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또한 무산파파는 내상을 입었으며 마차는 전복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모용추와 황보백령은 오직 동방산장의 이소야만을 화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불쑥 일심부주가 분위기를 바꾼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준다면 그대들을 보내주겠소."

궁수월이 냉랭하게 반문하다.

"일심부에서 원하는 바가 뭐요?"

모용추가 총관인 궁수월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황보백령에게 말했다.

"우리가 목적으로 삼는 것은 해동 검결과 봉황시요."

황보백령의 아미가 살짝 찌푸려졌다.

"봉황의 열쇠는 분명 내가 지니고 있으나 해동검결이라니?'

일심부주가 은근한 시선을 던졌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소. 실망을 시키지 마시오."

"난 금시초문이오."

모용추가 재빨리 염두를 굴리더니 천천히 내뱉었다.

"그럼 봉황시나 넘겨 주시오."

어이없어 하는 황보백령.

"모용낭자의 안목이 겨우 그정도요. 내가 순순히 두손으로 열쇠를 바칠 것이라 생각한단 말이오/"

모용추의 안색은 변함이 없었다.

"당신이 안고 있는 아이가 누군줄 알고 있소?"

황보백령은 여태껏 자신의 품안에 안겨있는 소녀 영영을 힐끔 바라보며 대꾸했다.

"모른다."

모용추가 희미하게 웃었다. 사악한 웃음이다.

"내 딸이다."

화들짝 놀라는 황보백령.

모용추의 눈에서 야릇한 광기가 번뜩였다.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군. 내 딸아. 그녀를 찌르라!"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에 영영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의 소매속에서 비수를 꺼내 드는 게 아닌가.

날카로운 비수가 악마의 혀처럼 밤하늘에 번쩍였다. 그리고 놀랄 사이도 없이 황보백령의 심장을 노리고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