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작가 정정희 장편소설 '오렌지'
기사입력 1996년 03월 27일 18시 03분
**영상기법 동원…동성애등 주제도 파격적 최근 젊은 작가들이 내놓는 소설의 경향 중 하나는 `영화같은 소설'이다. 감각적인 문체, 스피드한 전개 그리고 영상적인 이미지로 기성세대와는 차별화 한다. 올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신예작가 정정희씨(33)의 장편소설 `오렌지'는 바로 사랑과 섹스를 주제로 젊은이들의 모습을 영상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컬트영화를 보는 듯한 이 소설은, 전통적인 소설쓰기와는 상당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으며 `나만의 글쓰기'를 주장하는 신세대다운 발상으로 차 있다.
이 소설은 심사과정에서 "현대적 감각과 참신한 비유가 돋보이지만 내용상의 패륜들이 우려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동성애문제 등 파격적인 것을 담고 있다.
의붓딸을 폭행하는 양부, 마리화나 흡연, 남자들의 동성애 등이 영화장면처럼 스쳐간다.
정씨는 "제목을 오렌지로 삼은 것은 그것이 미국내에서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 나눠먹는 과일로 호모임을 나타내는 징표와 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씨는 대학시절 레즈비언들을 다룬 단편으로 대학문학상을 받기도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묘사, 삶의 새로움과 현대사회의 징후를 현상학의 입장에서 밝혀내고 있다.
`오렌지'에는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미국교포 크리스, 미국이민 1.5세대 미나, 양부와의 성관계로 인해 성에 무감각해진 혜리, 혜리와 한때 관계를 가졌던 이곤. 크리스와 미나가 한국을 찾아와 혜리와 이곤의 삶과 교차되는데 제목이 암시하듯 크리스와 이곤의 동성애로 끝을 맺는다.
정씨는 이들 인물들을 통하여 "사회적 틀에 묶이지 않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영화공부를 위해 미국 에 거주하고 있는 정씨는 서울 출신으로 철학과를 졸업한 시나리오작가. 작고 가수 김현식의 일대기를 담은 `비처럼 음악처럼'의 각본을 비롯, 시나리오 `테리 준 해릭슨의 황홀'등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