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으로본 96프로야구 > 연봉 백지위임
기사입력 1996년 03월 26일 16시 17분
## "돈싸움은 NO … 야구가 좋다"@@ 2연속 진기록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밀고 당기다가 합의점을 찾아 도장을 찍는 것이 보통의 연봉협상이라면 이들은 분명 특이한 케이스다. 마치 남의 일처럼 도장과 빈 계약서를 구단에 맡기고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는 백지위임 선수들.
올해는 신생팀 현대에서 7명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을 비롯해 무려 11명의 백지위임 선수가 나왔다.
이들이 백지위임을 결심한 배경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인상폭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거나 삭감폭을 줄이기 위한 `동정심 유발형'이 있고, 구단의 삭감이나 동결 방침에 반발해 협상 자체를 외면해 버린 `항의형'이 있다.
또 복잡한 연봉문제에 신경을 끄고 운동에만 전념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초연파'도 있다.
첫번째 동정심 유발형으로는 현대 선수 7명을 들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유일한 인상 대상이었던 는 백지위임 덕에 당초 구단제시액인 6천5백만원에 2백만원을 더 얹어 6천7백만원에 계약했다.
나머지 6명은 모두 삭감 대상이었지만 `창단 인심'을 믿고 구단에 처분을 맡겨 그나마 동결이나 소폭 인상의 혜택을 누렸다.
둘째 유형인 `항의파'는 롯데 와 LG 김태원.
지난해 는 25상한선을 의식, 연봉 5천6백25만원에 보너스 7백75만원을 더하는 편법으로 계약해 실제 연봉은 6천4백만원.
올해 본인요구액은 여기서 15오른 7천3백60만원이었지만 구단은 지난해 5승3패 14세이브의 성적에 비해 구원 실패로 `말아먹은' 게임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동결을 제시했다.
감정싸움까지 치닫다가 백지위임을 택한 뒤에도 내심 7천만원은 맞춰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구단이 빈 계약서에 써넣은 `해답'은 4백만원(6.3) 오른 6천8백만원이었다.
지난해 9승11패를 거둔 김태원은 인상을 확신하다가 첫면담에서 `7백만원 삭감'이라는 구단 방침을 듣고는 발끈해 자포자기식으로 도장을 맡겼지만 결국 5백만원 삭감을 피할 수 없었다.
단 둘만 남은 82년 원년멤버인 OB 과 삼성 는 초연파.
이들은 야구를 계속한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두고 돈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백지위임을 결심했다.
은 이로써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백지위임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박진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