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경보장치 설치바람
기사입력 1996년 03월 26일 15시 49분
## 지금 농촌엔 소도독이 극성… 시골 한적한 농가에 웬 경보장치? 도심 주변 농촌에 경보장치 설치 붐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폐쇄회로까지 설치, 외부인의 접근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경보기 전문설비업체들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안산, 김포, 강화등 도시형 농촌지역에서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경보장치가 설치된 곳은 호화전원주택이나 별장이 아니다. 엉뚱하게도 허름한 외양간이다.
소도둑이 극성을 부리자 자체 경비에 나서기 위해 첨단경비시스템을 다투어 설치하고 있는 것.
경기도 안산 대호설비 이호준대표는 "최근 농가에서 소나 개등 가축도난 사고가 극성을 부리면서 경보장치 설치주문이 늘고 있다"며 "마을단위로 단체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마을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외양간이 있다고 함부로 접근하다간 봉변당하기 쉽다. 문을 건드리는 순간 마을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고 야구방망이를 든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나온다.
값은 선을 문입구에 연결, 건드리면 사이렌이 울리는 장치가 30만~50만원, 센서로 침입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고급장비나 폐쇄회로장치는 100만~200만원에 이른다.
외양간에 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곳은 모두 도시형 농촌으로 가축우리가 집안에 있으면 냄새가 심하고 가 들끓기 때문에 마을입구나 마을 뒤편의 빈공간 또는 논밭 위에 별도로 설치한 곳들이다.
때문에 위생적인 측면은 뛰어나지만 감시가 소홀, 소도둑들이 설치고 있는 것이다.
황소는 보통 400만원, 송아지는 두당 100만~150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니 외양간에도 현대식 경보장치를 달 수 밖에 없다.
민경환씨(36경기도 안산시 양상동)는 얼마전 황소 한마리를 도둑맞은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50여만원을 주고 경보장치를 설치했다.
민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찾을 방도가 없다"며 "소를 키우는 집의 60~70%가 경보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보장치도 만능은 아니다. 농가들이 돈을 아끼느라 값싼 경보장치를 단 경우 경험많은 소도둑들에게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농가에서는 밤잠을 설쳐가며 수시로 순찰을 도는등 힘겨운 `소도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 김순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