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의 '젖소'가 세상을 바꿀수도…
기사입력 1996년 03월 20일 17시 47분
무엇인지 알아 맞혀 보시기 바란다. 신사동 가정교사, 색시골, 어느 누두화가의 고백, 엘리베이터 걸, 배꼽 맞추기, 조개 이야기, 동굴속의 딸기,정사특급, 토요일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적도매춘, 용녀야 일어나라, 구멍가게, 사모님 사모님, 옹녀가 기가막혀,어우동과 꿀단지, 한이불 두여자, 고추먹고 맴맴, 겉궁합 속궁합, 시키면 하는 여자, 뽕뽕뽕, 스페셜 걸, 애마와 백수건달, 투 카사노바, 성의 실크로드, 신빠걸, 꿈꾸는 엉덩이, 빨간 애마, 엉덩이가 기가막혀….처음 한두가지 읽었을때 이미 아셨다구? 순발력이 대단한 분이시다.그런데 끝까지 봐도 뭘 말하는지 모르시겠다구?지금까지 불편하시지 않았다면 그냥 포기하고 사시기 바란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대로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최근에 심의한 국내창작극 영화(비디오 포함)의 이름, 곧 제목들이다.이 중엔 이름만 미리 정해진채 끝내 낙태되고만 (바깥 세상에 나오지 못한) 작품들도 꽤있다는데 그런 영화들일수록 '침통의 생수 운운…'하는 주장을 하기 일쑤다.남의 집아이, 철수라 하건 수철이라 이름짓건 시비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내용으로 승부를 해야지 야릇한 상상이 가는 제목만 지으려 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이런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젖소부인…'가 히트를 하니 당연히 다음순서로 '젖소부인 번식했네'가 준비중이고 젖소부인이 계속 번식을 하려면 어떻게 되겠는가.틀림없이 '젖소남편 코피났네'가 나와야 하고, 옆집의 부러운 '물소남편이 가출했네'로이어질 것이고 '코뿔소부인 바람났네'와'황소부인 바람났네'가 난리를 칠것이고 나중에 '암소들이 환장했네'가 될 것이며 이런 추세로 가다가 소들이 얽히고설키다가 '젖소남편 칼 뽑았네' '물소남편 역시라네'로 이어지고 마침내 '푸줏간만 땡잡았네'가 될 것 아닌가 말이다.이러다가 이 땅의 소라는 소는 다 사라지는 끔찍한 생태계 파괴가 오고 로 남았던 '아, 송아지도 바람났네'로 이어져 버리는 비극이….한마리의 젖소…이 세상을 바꿀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