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펴낸 신세대 '졸병수첩'

기사입력 1996년 03월 14일 15시 36분



"군인정신은 제정신이 아니고, 군인의 길은 비포장도로야!"



군경험자들에게는 향수를, 이땅의 절반인 여성을 포함한 군면제자들에게는 대리만족을 주는 책 `군대가기 겁나지'(삶과꿈)가 나와 눈길을 끈다.



전자통신부에서 일하는 이동문씨가 펴낸 이 책은 `이장훈'이라는 가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자신의 32개월(87년 7월~90년 3월) 군생활을 일기형태로 엮었다.

군대 안가본 이들은 상상도 못할 온갖 군생활 백태에 그동안 일어난 정치 경제적인 사건 사고에 대한 풍자가 양념처럼 곁들여져 페이지 건너 페이지마다 웃음을 자아낸다.



교환병 근무시절의 에피소드. 도경을 대달라는 한 장교의 급한 전갈에 경찰서 교환원과 초를 다투는 입씨름을 벌였다. "도경 좀 대주세요.""잘 안돼요.""빨리 대 주세요.""안 나와요. 아따 그 아저씨 세게도 돌리네!""안 나오니까 그렇죠.""잘 안 꽂으니까 잘 안나오죠.""더이상 어떻게 잘 꽂아요? 아가씨가 잘 안
대주니가 그렇죠!""전 잘 대줬어요.에이, 군인들은 대줘도 못한다니까!"



이등병 단지 며칠안돼 축구하던 날. "순간 상대편 고참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열심히 뛰어다니던 우리편 상병, 일병들은? 난 그저 참담한 심정으로 고개만 떨구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난감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난 서슴없이 자살골 넣은 이등병이라 말하겠다."



이밖에도 여군 브래지어는 국방색이고 여군 팬티는 빨간색이라는 것, 요새 쫄병들은 고참 팬티까지 거둬간다는 것, 조심하지 않으면 호모한테 당한다는 것 등 이씨의 할 말은 끝이 없다. 논산훈련소 생활, 31사단에서의 통신병 생활중 겪은 갖가지 개인사로 현역군인 희로애락을 속시원히 대변한 것.



"모험이었죠. 고참들 얘기를 모두 담는건 선생님 몰래 담배피우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입니다. 훈련용 수첩에 메모, 출퇴근하는 방위병 편으로 집으로 보냈습니다."



책을 낸 직접 동기는 동생 때문이었다고. 복무후 한전에 입사, 에 파견근무하던 93년말 사랑하는 막내 혁재가 군에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집필을 시작했다는 것. 아버지 어머니를 차례로 여의고 4형제끼리 서로 의지한 형편이라 형제애가 남달랐다는 고백이다.



"요새 젊은이들은 그저 병역을 회피하려고만 합니다. 그러나 후손에게 물어보십시오.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 나는 내가 역사속에서 해야 할 일을 당당히 해낸 것입니다. 그게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