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대여 기피로 아디다스컵 일정 차질
기사입력 1996년 03월 06일 17시 18분
##셋방살이 구단들 초비상## `운동장을 구합니다.' 홈구장이 확실치 않은 각 구단에 비상이 걸렸다.
96시즌 프로축구 아디다스컵 개막(30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요즘 유공과 일화, 전북 등의 구단 관계자들이 홈경기를 치를 구장을 정하지 못해 안달이다.
4월11일로 예정된 총선(總選) 때문.
지방자치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운동장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것을 꺼려해 구장대여를 기피하고 있는 것.
총선에 걸려 운동장 대여에 가장 애로를 겪고 있는 팀은 유공.
서울을 잠정적 연고지로 하고 있는 유공은 5월전까지는 잔디 관리사정으로 동대문이나 목동 운동장을 빌리지 못해 부득이 지방경기를 주관해야 하는데 당초 예정했던 영주에서의 경기(4월3일)가 시당국의 불허방침으로 백지화됐다.
시당국은 한 후보자가 표를 전부 사서 유권자에게 나눠 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운동장 대여를 불허했다.
전주를 홈으로 하고 있는 전북은 유공과는 사정이 좀 다르나 운동장을 확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홈구장인 전주공설운동장이 97년 동계U대회의 아이스링크로 사용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인근의 익산시와 정읍, 군산 등의 운동장을 사용하려 했지만 이곳 역시 총선을 이유로 구장을 빌려주지 않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유공 손문웅 과장은 "총선도 총선이지만 월드컵 유치를 앞두고 국내 프로축구 리그가 운동장을 구하지 못해 열릴 수 없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축구인들은 "유세장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축구장을 모든 후보들에게 개방, 부정선거가 아닌 공정선거의 장으로 이용하면 총선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들의 협조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