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 신용카드로 `카드깡`한 30대…대법 "형 면제 안 돼"

기사입력 2025-03-30 13:17

[연합뉴스 자료사진]

친족의 신용카드를 도용한 범죄는 가맹점·금융기관도 피해자일 수 있기에 곧바로 친족간 처벌 면제 조항(친족상도례)을 적용해 형을 면제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3일 A(36)씨에게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 처벌을 면제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2월 함께 거주하던 처제의 인적사항과 신용카드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을 알고 있는 것을 틈타 이른바 '카드깡' 업체(현금서비스 카드결제 대행업체)를 이용해 현금을 입금받는 방식으로 총 7천723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인터넷 도박, 코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밖에 회삿돈 약 1억2천만원을 횡령하고 중고 물품을 허위로 판매해 13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징역 1년 8개월을, 2심은 징역 1년 5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 법원은 횡령·중고 사기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처제의 카드를 도용한 범죄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며 형을 면제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검사가) 피해자를 가맹점 또는 대출금융기관 등으로 하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기소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행사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하도록 한 후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에 나아갔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도용 범죄의 피해자는 카드 사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믿고 상품·용역을 제공하거나 돈을 대출해준 가맹점·금융기관이라는 취지다.

앞서 검찰도 수사보고에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는 종국적으로 카드, 계좌 등 명의자가 실질적인 피해자이지만 직접 피해자는 카드사나 금융기관이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를 기재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작년 6월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그 조항에 따라 형의 면제가 됐던 사람들에게 형사상의 불이익이 미치게 된다"며 "이 조항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water@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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