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겪은 시리아, 과도정부 개각…여성 장관 깜짝 포함

기사입력 2025-03-30 13:16

지난 15일 시리아 서부 해안도시 라타키아에서 폭발로 인한 연기가 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구 세력 간 무력충돌로 유혈사태를 겪은 시리아 과도정부가 개각을 단행했다.

국제사회의 의구심 어린 시선을 의식한 듯 처음으로 여성 장관을 기용한 것이 눈에 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새로운 과도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외무장관과 국방장관 등 요직을 장악한 알샤라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 유임된 가운데, 첫 여성 각료로 힌드 카바왓 사회노동부 장관이 발탁된 것이 개각의 키포인트로 꼽힌다.

카바왓 장관은 시리아의 종교적 소수파인 기독교 그룹 출신으로,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오랫동안 저항해 온 저명한 야권 정치인이다.

여성이자 기독교인이라는 이중의 소수자를 내각에 포함함으로써 시리아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인사로 해석된다.

앞서 이달 초 시리아 서부 해안 도시 라타키아를 중심으로 아사드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무장세력이 과도정부를 공격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촉발됐다.

과도정부는 나흘 만에 아사드 잔당을 진압했다고 밝혔지만 그 사이에 다수의 민간인 등 1천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알샤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시리아 과도정부가 종교적·민족적 소수자들에게 더 포용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지휘해 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알샤라 대통령은 새 헌법이 공포되고 선거가 치러지기까지 최대 5년간 과도정부를 이끌 예정이다.

그는 서방의 제재 해제와 관계 개선 등을 목표로 여성에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등 온건 정책을 표방해왔다.

최근에는 여성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이 포함된 헌법 선언문을 발표했다.

다만 서방의 의구심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주시리아 미 대사관은 28일 모든 미국 국민들에게 시리아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슬람의 금식성월(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이드 알피트르' 연휴를 맞아 대사관이나 국제기구, 공공기관 등을 겨냥한 공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대사관은 "공격의 방식은 개인적인 습격이나 무장 괴한의 총격, 폭발물 등 범위에 제한이 없다"며 "당장 시리아를 떠나라"고 강조했다.

sncwook@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