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환절기를 맞아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3월은 춘곤증으로 인해 '카페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기다. 내려오는 눈꺼풀을 올리고, 학습·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카페인이 듬뿍 담긴 에너지 음료나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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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은 피로를 해소하고 각성을 촉진해 주의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루 2~3잔의 커피가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 하루에 커피를 3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대사 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25% 낮아진다는 연구결과 등이 발표된 바 있다. 또한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암 발병 위험이 낮아지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 카페인 농도가 증가하면 근육의 에너지 대사 증가로 운동 기능이 향상되는 이점도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수면장애다. 카페인이 심박수를 높이고 수면유도작용을 억제해 숙면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피로가 쌓이게 되면 또다시 카페인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이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의 운동 직전 카페인 섭취는 좋지 않다. 하루에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면 부정맥,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와 함께 카페인이 인슐린 민감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는 당뇨 환자의 경우 식후 카페인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 역시 카페인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카페인이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특히 폐경기 여성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한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위염이나 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어서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삼가는 것이 좋다. 카페인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성장기 어린이 역시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카페인으로 인한 칼륨 손실·아연 흡수 방해가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페인을 어느 정도까지 섭취해야 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한국인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성인 400㎎이하, 임산부는 300㎎이하, 어린이의 경우에는 체중 1kg당 2.5㎎ 이하다. 아메리카노 한잔(스타벅스 355ml 톨사이즈 기준)의 카페인 함유량이 150㎎인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은 하루 3잔 이하, 여성은 2잔 이하가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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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과다섭취에 대한 우려는 디카페인 커피 등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카페인 금단 증상을 완화하는' 오후 시간의 대체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생두·원두 수입량은 7023.1톤으로, 2023년의 6520.1톤 대비 7.7% 늘었고 2019년 2500톤의 3배에 육박한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해 디카페인 음료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아메리카노 판매량 중 디카페인 아메리카노가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3명 중 1명 이상은 시간대에 따라 카페인 함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69%는 오후 3시 이후부터 디카페인 커피를 즐기거나 카페인이 포함되지 않은 음료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디야커피도 지난 2월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0% 증가했는데, 오후 5시 이후 매출이 전체 디카페인 커피 매출의 약 30%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디카페인 커피 수요 증가는 건강을 위해 카페인·당·칼로리 등의 성분을 낮추는 '로우 스펙 푸드'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커피 뿐 아니라 각종 차, 캔·병 등의 형태의 RTD(Ready To Drink) 음료 등 다양한 제품에서 카페인을 '덜어낸' 라인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디카페인이 카페인 '제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에 극도로 예민한 사람의 경우 미량에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시판중인 디카페인 캡슐커피 15개 제품의 안전성·표시 사항 및 카페인 함량 등에 대한 시험 평가를 실시한 결과, 카페인 함량이 1.35㎎~4.65㎎으로 나타났다. 성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 400㎎의 0.3~1.2%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카페인 제거율을 소비자 인식, 외국 기준 등을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 제거할 경우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는 반면 유럽연합(EU)은 99%, 미국 농무부(USDA)는 97% 이상 제거됐을 때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