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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스키어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설원에서의 즐거움, 일 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스키 시즌은 매년 짧아지고 있다. 다른 의미에서 겨울철 스키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오랜 기다림의 대가 치고는 아쉬움이 앞선다. 스키어의 아쉬움이 커지면, 스키장의 근심도 커진다. 영업일 수는 수익성과 직결된 문제다. 수익 감소는 시설과 서비스 관련 투자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그만큼 이용객 수도 줄어든다. 최근 스키장이 재미와 편의성 확대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다. 겨울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 스포츠인 스키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인 동시에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 차원이 몸부림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탄소배출 감소에 나서고 있지만, 기후 변화 위기는 심각하다. 위기의 시대, 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스키만을 즐기는 곳이 아닌 겨울철 복합 레저 공간으로 변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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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위기에 스키장 오픈 예년보다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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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위기에 따른 스키장 운영의 어려움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우선 올해 개장일이 지난해 보다 늦어졌다. 곤지암 스키장과 지산포레 스키장의 24/25시즌 개장일은 지난해 12월 13일이다. 예년과 비교해 일주일 이상 늦춰졌다. 따뜻해진 날씨 영향을 받아 영업일 수가 줄었다는 얘기다. 곤지암리조트 관계자는 "스키장 오픈이 늦어진 것은 맞지만, 지난해 비가 와서 운영을 하지 기간 등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 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산포레리조트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산포레리조트 관계자는 "2030년이 되면 경기도에서 스키장을 운영할 수 있는 영업 일수가 약 50일 정도 밖에 안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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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프 쾌적함 확대, 업계 최초 키즈 전용 운영도
올해 두 곳의 스키장 모두 영업일 수는 줄었지만 다양한 변화를 통해, 스키어의 만족도를 높이고 수익성 확보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재미를 앞세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근본적인 경쟁력인 스키장 관리와 스키어를 위한 편의성 확대 방안 마련은 기본이다. 곤지암 스키장과 지산포레 스키장의 올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슬로프의 쾌적함 확대와 재미를 강화했다.
곤지암 스키장은 파노라마 슬로프를 오픈, 중급 슬로프 상단부 일부 구간 경사도를 완만하게 조정해 초/중급자 모두가 정상에서부터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슬로프 중간에서 내려올 수 있는 슬로프만 있어 초/중급자의 이용이 증가할 경우 발생하는 정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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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모바일 퀵 패스를 활용할 경우 모바일 앱 하나로 리프트권 예매, 결제, 렌탈, 입장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리프트권 구입을 위해 현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줄어든 점과 리프트 이용 1시간 추가 제공 혜택 등을 고려하면 설원 위에서 시간을 더욱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늘어나게 된다. 당일치기 이용객 서비스 만족도 확대 차원에서 2월 2일까지 주말과 공휴일 기간 새벽/야간 운영도 확대했다. 해당일에는 오전 7시에 오픈하고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운영, 직장인 등 시간이 부족한 스키어가 원하는 시간대에 더 길어진 스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산포레 스키장은 아이들이 안전한 스키 환경에서 쾌적한 강습을 받고,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주간(아침 9시~오후5시) 시간에 키즈 전용 슬로프를 운영한다. 키즈 전용 슬로프를 운영하는 것은 국내 최초라는 게 지산포레리조트 관계자의 말이다. 오래된 시설의 리모델링을 통해 고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의 쾌적함을 더했고 대학생 할인제도 시행, 시즌권자가 주변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스키장을 방문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시즌권자 동반 할인을 재시행했다. 이밖에 청소년 할인, 생일자 할인 등 여러 할인제도 등도 도입했다. 특히 시즌권 및 락카, 개인용 주차 공간, 고객 니즈를 반영한 혜택 등을 추가하여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다양화한 프리미엄 패키지 라인도 향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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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스키장과 지산포레 스키장은 수도권과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스키장의 본질인 설질 관리와 스키 이용 시 만족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계절성 극복을 위해 수학여행이나 대학 MT 등의 학생단체 유치와 기업 행사 유치 등 소위 마이스(MICE)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스키장의 경우 자연에 기댄 사업 특성상 환경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요즘 스키어들은 기후 변화 위기에 공감하며 최고의 설질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단순히 눈썰매장을 추가하거나, 포토 스팟 조성을 넘어 스키와 함께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놀이로 만드는 공간인 복합 레저 공간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사계절 내내 실내 복합 레저 스포츠 공간을 찾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기후 변화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스키장의 경영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계절성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