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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전 전쟁물자와 병력을 지원받은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무시한 채 지난 3월 이후 북한에 적어도 100만배럴의 원유를 보냈다고 영국 비영리 단체인 오픈소스센터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오픈소스센터는 12척 이상의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항에 43차례나 들어왔다면서 위성사진으로 볼 때 북한 유조선들은 추적기를 끈 채 빈 배로 들어와 최대치의 원유를 싣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유조선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유엔의 제재를 받는 상태에서 러시아 원유를 운반했다고 오픈소스센터는 지적했다.
오픈소스센터의 조 번은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전쟁을 계속할 생명줄을 제공하는 동안 러시아는 조용히 북한에 자신만의 생명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은 러시아가 3월 이후 북한에 제공한 원유가 연간 상한선의 두배가 넘는 양이며 지난해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제공한 양의 약 10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번은 러시아의 꾸준한 석유공급이 유엔 제재 이후 볼 수 없었던 안정성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소스센터가 추적한 러시아의 북한 원유공급 시작 시기는 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무기를 보낸 지 7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북한은 이후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했으며 마지막으로 파악된 북한 병력의 이동 시점은 지난 5일이었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첫 번째 원유 공급이 기록된 지 3주 후인 지난 3월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감시탑 역할의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안을 부결시켰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원유공급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진하기 위해 보낸 무기와 군대에 대한 대가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와 병력 확보를 위해 북한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으며 그 대가가 바로 원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러의 이러한 밀착이 한반도와 유럽, 인도 태평양지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라미 장관은 강조했다.
러시아의 원유 공급은 러시아가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서명한 대북 제재 위반일 뿐 아니라 추가적인 대북 군사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자아낸다.
가장 큰 우려는 러시아가 북한에 정찰위성과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예전에는 군사 기술 공유가 러시아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계산법이 바뀌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북한군이 필요하고 이것이 북한에 더 많은 영향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픈 소스 센터 에릭 펜튼 보크 이사는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해 독재정권들이 국제사회의 바람을 무시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더욱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문가패널을 이끌었던 펜튼 보크는 패널이 사라지면 규정이 무시될 수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원유 공급은 제재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경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정제 석유의 경우 연간 50만배럴만 반입할수 있다.
k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