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지속하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진출 전략 다각화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미래에 전동화 전환은 필수적이라는 전제 아래 전기차 시장의 투자를 줄이는 것보다 복합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4일 한국자동차 연구원의 '배터리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 성장률은 지난 2022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다. 주요 국가의 경기가 둔화하고,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 주요국이 탄소 저감 정책을 펴고 있으며 글로벌 완성차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공장 신설과 연구개발(R&D) 확대 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투자 규모를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기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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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로의 확장을 위해 120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경우에는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출 공세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중국 전기차 수출 대수는 지난해 158만대로 2020년(19만대)보다 약 732% 증가했다. 이처럼 수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미국과 EU 등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자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간 전동화 전환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기업도 전기차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는 미국 인디애나·켄터키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총 27억달러(3조7000억원)의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110억달러(15조2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혼다는 2027년까지 중국 시장도 겨냥해 현지 전략 모델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GM과 포드 등은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대형 차종을 중심으로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은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 내에서 투자를 확대하거나 중국 외 시장에서의 전기차 생태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전동화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캐즘에 대한 대응 방안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경쟁 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