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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조율만으로 불가능"…재보선·독대 결과 따라 압박 강도 달라질 듯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안채원 김치연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김건희 여사 주변을 향한 인적 쇄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께서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틀 만에 더욱 구체적으로 김 여사와 가까운 그룹의 인적 쇄신을 거듭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했고,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를 요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결과'도 촉구한 바 있다.
여기에 추가로 이른바 '한남동 라인'으로도 불리는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 그룹을 정리해야 한다는 인적 쇄신론까지 꺼내 공개 압박의 강도를 더했다. 이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대한 건의이기도 하다.
친한계에서는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을 7명 안팎으로 추리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여사 측근으로 지목된 전·현직 비서관과 행정관급 인사들의 명단이 정치권에 나돌기도 했다. '7명+α'라는 주장도 있다.
신지호 전략부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직책·직무 범위를 벗어나서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지목한 것"이라며 "정진석 비서실장이 '비선 정치' 하지 말라며 군기 잡기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있는데, 그런 현상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선 배경은 야권이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을 캐고 쟁점화하는 데 총력전을 펴면서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수습하지 못한다면 여권 정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여사를 등에 업은 '비선'이 국정에 관여한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하는 동시에, 한 대표가 당정 관계와 당내 헤게모니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정훈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여사 라인은 없다고 정리해주든지, 인사 조치를 하든지, 용산에서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한 대표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선제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측근들과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다음주 초 독대를 앞두고 연일 공개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대통령실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국민적 여론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여당 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달래가면서 용산과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물밑으로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요구)"라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김 여사 주변 인사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달했지만, 개선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라고도 전했다.
한 대표의 요구는 10·16 재보선과 윤 대통령 독대 등 결과에 따라 앞으로 더욱 강도 높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보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한 대표는 김 여사 이슈를 더 세게 밀어붙일 것"이라며 "당직 개편을 통해 당이 먼저 쇄신에 시동을 거는 등 차별화 행보에도 더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minary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