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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수상에 연세대도 들썩…백양로 곳곳에 축하 현수막

기사입력 2024-10-11 12:28

[촬영 이율립]
(서울=연합뉴스) 2024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2024.10.10 [노벨상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윤동주 이어 한강까지 국문과 자부심…학교 전체가 축제 분위기"

재학생 커뮤니티에 축하글…풍문고도 "학교 위상 높아져"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이율립 기자 = '한국인 작가 최초로 한강 선배님께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자랑스러운 국어국문학과 동문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11일 한강의 모교 연세대도 떠들썩한 분위기다. 한강은 1989년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1993년 졸업했다.

연세대는 정문에서 각 단과대 건물로 이어지는 백양로 곳곳에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연세인 한강, 백양로에 노벨상을 새기다', '연세의 가을, 연세의 한강' 등이 적혔다.

이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등은 현수막을 보고는 잠시 멈춰 기념하듯 이를 찍고 가기도 했다.

현수막이 걸린 백양로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 양모(27)씨와 황모(27)씨도 전날 수상 소식을 접하고는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황씨는 "인스타그램에도 다들 축하하는 게시글을 엄청나게 올렸다"며 "'이제 연세대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 학교'라는 글도 있었다"며 웃었다.

문과대가 자리한 이 학교 외솔관 앞에서 만난 불어불문학과 김모(26)씨는 "평소 한강의 작품을 좋아해서 동화책도 읽어보면서 '이게 번역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외국 사람들에게도 문장의 아름다움이 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문으로 번역된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려고 했는데 불어 원서로 읽은 다른 작가들의 책보다 한강의 글을 불어로 읽을 때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중어중문학과 재학생인 김모(23)씨는 "(한강이) 선배님이시니깐 더 자랑스럽다"며 "요즘 문과가 과거보다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한데 (한강의 수상으로) 인문학이나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게시글로 가득 찼다.

한 학생은 '에브리타임'에 올린 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공부한 도서관에서 공부하니까 왠지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배출한 대학"이라는 글을 올려 수백명의 학생에게 '좋아요'를 받았다.

이 학교 졸업생들 역시 한강의 수상 소식에 기쁜 마음을 전했다.

국제학부를 졸업한 직장인 장혜빈(32)씨는 "문학상은 번역의 장벽이 있기 때문에 우리와는 마냥 먼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동문이 수상하게 돼 자랑스러운 건 당연하고 벅차다"며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았을 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한 김모(31)씨는 "박사과정까지 도합 11년 동안 학교에 다녔는데 그 어느 때보다 애교심이 높다"며 "학문 분야가 거리가 멀지만 선배님의 수상 소식을 통해 열심히 한 분야에 집중하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국문과 교수들 또한 한강이 이뤄낸 한국 문학의 성취에 대해 뜨거운 마음을 전했다.

김영희 국문학과장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동문이나 졸업생들도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기뻤다고 연락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강 작가는 이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던 목소리를 드러내고 그 목소리의 이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같이 느끼고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예로운 상을 받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주는 작가라는 점에서, 그런 작가의 역할 혹은 의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하고 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임유경 국문과 교수도 "좋은 소식이어서 학과와 학교 전체가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 교수는 "한강 작가는 국문학 안에서도 현대문학을 계속하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 것이라 학과의 학문적 연속성과 기풍을 발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결과로 귀결 지어준 사례라서 학과 입장에서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세대 국문과가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한국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들을 배출해 왔고 학교 차원에서도 윤동주 기념관처럼 그러한 업적, 문학적 성취를 잘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인 만큼 연세대의 인문학에 대한 존중, 한국 문학에 대한 지지의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강이 졸업한 풍문여고(현 풍문고) 역시 자부심을 드러냈다. 풍문여고는 한강 졸업 당시인 1988년 종로구 안국동에 있었지만 2017년 남녀 공학으로 전환하며 강남구 자곡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길동 풍문고 교장은 "이번 수상은 학교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문학적 감성과 비판적 사고를 위한 독서 토론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강 작가가 이 독서 토론모임의 1회 특강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국가에 기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yulrip@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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