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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던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상이 미국 감옥에서 풀려난 지 2년 만에 무기사업에 복귀해 예멘 반군 후티에 소총을 판매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티 대표단은 표면적으로는 살충제와 차량을 구매하러 왔지만, 실제로는 1천만달러(약 135억원) 상당의 돌격소총의 구매를 협상했다.
부트는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남미 등 분쟁 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콜롬비아 좌익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무기를 판매하려 한 혐의 등으로 2012년 미국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으나, 2022년 8일 미국과 러시아의 죄수교환 합의에 따라 미국 여자프로농구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맞교환돼 러시아로 돌아갔다.
그는 이후 러시아에서 극우 민족주의 정당에 가입하고 지방선거에도 출마하면서 무기 중개인 경력에 종지부를 찍은 것처럼 보였지만, 석방된 지 2년 만에 다시 무기 거래에 얼굴을 내민 것이다.
부트가 이번에 중개한 것으로 알려진 무기는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소총인 AK-47의 개량판인 AK-47s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후티 대표단은 이번 방문에서 대전차미사일 코르넷과 대공 무기 등 러시아 측이 향후 판매할 수 있는 무기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앞서 후티의 근거지인 예멘 북부 항구도시 호데이다에 여러 차례 곡물을 보냈는데, 이르면 이달 초부터 식량 공급을 위장해 무기를 운송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거래가 러시아 당국의 명령이나 묵인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후티와 러시아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후티는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의 일원으로,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관련된 상선 등을 공격해왔고, 최근에는 이스라엘 직접 타격 빈도도 늘리고 있다.
중동 확전을 막으려는 미국은 소형 무기일지라도 후티로 가는 무기 운송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트가 죄수 교환으로 석방될 당시 미국에서는 그가 무기상으로 복귀할 경우 국가 안보가 위협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부트가 이미 미국 교도소에서 12년을 복역했고 석방에 따르는 위험은 허용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그라이너를 러시아에서 빼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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