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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백년지대계 논의한다더니…'둘로 쪼개진' 국가교육위원회

기사입력 2024-10-07 13:08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9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4.26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12일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4.7.12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2주년 기념 대토론회에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4.9.25 pdj6635@yna.co.kr
사회적 합의기구이나, 정파적 갈등 불가피…보수 13명 vs 진보 6명

'깜깜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비판도…국교위 "의견 수렴할 것"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고 '국가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2년 만에 내부 갈등을 밖으로 드러냈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국교위원의 3분의 2가량이 대통령 지명과 여야 추천 몫으로 구성돼 정파적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교위의 업무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2029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경우 자문기구인 전문위원회에서 '수능 이원화, 수능 논·서술형 도입, 내신 절대평가'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교위에서는 '본회의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사회적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국교위 측은 내년 3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그전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 '보수-진보' 나눠진 국교위…결국 밖으로 표출된 내부 갈등

국교위 내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정대화 상임위원과 김석준·이민지·장석웅·전은영 위원은 7일 '국교위의 실험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교위의 문제로 ▲ 극단적인 정파적 구성의 한계 ▲ 사회적 합의의 실종 ▲ 의견 수렴의 부재 ▲ 소통의 차단 ▲ 교육부의 들러리 역할 ▲ 강고한 비밀주의 ▲ 위원장의 구태의연한 리더십과 독단주의 등 일곱 가지를 꼽았다.

국교위는 2022년 9월 27일 대통령 직속 정부기관으로 출범했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만들어졌다.

핵심 업무는 중장기 교육제도와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가 해온 교육과정 개발·고시 업무도 이관됐다.

위원은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시도지사협의회 추천 3명, 교원 관련단체 추천 2명, 당연직(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가협의회장) 2명 등 총 21명이다.

이중 교원단체 추천 2명은 정해지지 않아 현재 위원 수는 19명이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대통령 지명으로 위원장을, 김태준 전 동덕여대 부총장과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여야 추천으로 상임위원을 각각 맡았다.

정치 성향을 보면 이 위원장을 비롯해 13명이 보수, 6명이 진보로 분류된다.

국교위는 합의제 기구로, 쟁점이 있는 사안은 표결로 결정한다. 그러나 보수 성향 위원이 의결 정족수(전체 위원의 과반)를 충족하다 보니 반대 의견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진보 성향 위원들이 주된 문제로 삼은 것도 이 부분이다.

이들은 "발족 직후 2022년 교육과정을 의결하면서 최소한의 의견 조율도 없이 표결 처리했다"며 "작년 2028학년도 대입 정책과 올해 초등학교 1∼2학년 신체활동 분리를 의결하는 과정 역시 한두차례 이야기한 후 이견을 묵살한 채 표결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래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인재 양성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국교위의 역할이 무색하게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비롯한 주요 교육 현안에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 위원들은 "교육부 요구에 순응하면서 교육 현안에 침묵하는 교육부의 들러리가 됐고, 그 결과 완벽하게 존재감을 상실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 발표 5개월 남았는데…논란 끊이지 않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국교위의 업무 중 세간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2029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포함하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이다.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 동안의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청사진으로,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다.

국교위 산하 자문기구인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전문위)에서는 '수능 이원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내신 외부평가제 도입, 내신 절대평가제 전면 도입' 등이 논의됐다.

전문위에서 '수능 연 2회·나흘간 시행, 심화수학 도입' 등의 주장이 나오고, 국교위가 발주한 정책연구에서 '초등 1·2학년 영어 교과 편성'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비공식적이고 산발적으로 알려지는 내용들에 대해 국교위는 "본회의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발표 시점이 5개월가량 남았는데,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이제는 공론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교위 내부에서조차 '깜깜이'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진보 성향 위원들은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적이고 소통을 위해서는 공개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위원장과 사무처를 중심으로 강력한 비밀주의가 작동하고 있어 기관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활동은 비공개이고, 생산된 모든 자료는 대외비가 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의 핵심 책무인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퇴행성은 도를 넘었다"며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국교위 측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초안은 현재 국교위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연구와 특별위원회 논의, 국민참여위원회 논의, 앞으로 개최할 토론회와 의견수렴 내용 등을 종합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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