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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이 생긴 올해 의학계의 연구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의료진이 어떻게든 임상 진료를 막아내고 있지만, 연구량이 최대 80% 넘게 줄어듦에 따라 향후 의학 발전이 늦어지고 결국 그 피해가 국민과 환자에게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필수의료 과목 학회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대한신경과학회의 추계학술대회 논문 초록 수는 지난해 527개에서 올해 267개로 절반이 줄었다.
같은 기간 대한산부인과학회는 45.4%,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20.3% 감소했다.
논문 감소의 원인은 단연 전공의 부재와 그에 따른 의대 교수들의 과로 때문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사직한 이후 교수 등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연구까지 할 수 있는 여력이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을 통한 연구는 의학 발전의 초석인데, 논문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환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의료계는 설명했다.
일례로 예전에는 폐암 수술을 할 때 갈비뼈 사이를 절개했는데, 연구를 통해 흉강경 방식으로 수술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다고 밝혀져 이제는 흉강경 수술이 보편화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연구를 계속함으로써 의학 기술이 발전하고 더 안전하게 환자를 볼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 노력을 할 수 없게 돼 발전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는 임상 진료와 교육, 연구 등의 역할을 맡는데, 의료 대란 상황에서는 교육과 연구의 기능이 사라져 논문이 감소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발전된 의학을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선우 의원은 "의료 대란이 응급실의 환자 미수용, 수술·진료 지연 같은 국민 피해를 야기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 분야 등 의료계의 모든 곳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정부가 열린 자세로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는 한 한번 뒤처지기 시작한 연구를 따라잡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에 되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soh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