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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세계자연유산 벵뒤굴

기사입력 2024-10-05 12:30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지난 4일 제주시 선흘2리 벵뒤굴을 찾은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아동굴' 언론사 팸투어 팀이 금가루와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빛나는 동굴 미생물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2024.10.5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지난 4일 제주시 선흘2리 벵뒤굴을 찾은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아동굴' 언론사 팸투어 팀이 마치 긴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것 같은 기괴한 형상의 지질구조를 촬영하고 있다. 2024.10.5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지난 4일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언론사 팸투어 팀이 김녕굴을 둘러보고 있다. 2024.10.5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학예연구사가 지난 4일 김녕굴 바닥에 쌓인 석회질 모래에 염산을 뿌려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모래가 빗물에 녹아내리면서 용암동굴 내부에 종유석과 석순이 생겨나게 된다. 2024.10.5 khc@yna.co.kr
제주 2024 세계유산축전 11일 팡파르…설레는 동굴 특별탐험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벵뒤굴은 입구가 99개나 있다고 할 정도로 넓게 형성된 최고의 미로 동굴입니다"

4일 오후 2시 30분께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울창한 삼나무 숲속 벵뒤굴 2입구에서 이 마을 이장 출신인 김상수 세계유산축전 불의 숨길 운영단장이 설명을 시작했다.

'2024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시작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언론 팸투어에 8명의 기자가 참가했다.

김 단장이 철문 자물쇠를 풀고 앞장서자 기자들도 빨간색 탐방복에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고 플래시가 달린 안전모와 작은 손전등을 들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곧 돌덩이들이 쌓여있는 위에 덮여 있는 초록색 그물이 보였다.

천정에서 계속해서 낙석이 발생하는지 조사하기 위한 그물이라고 한다.

조금 움직이자 천정에 즐비하게 달린 용암종유와 바닥에 생성된 기이한 모양의 동굴산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5분여를 더 들어가자 마치 길게 혀를 빼고 있는 사람 얼굴 형상이 나왔다.

안쪽 위 두 개의 구멍으로 먼저 용암이 흘러가고 나서 혓바닥처럼 생긴 부분에 있던 용암이 마지막으로 흘러가면서 아래쪽 구멍이 생겼다고 했다.

괴기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이곳이 벵뒤굴의 하이라이트다.

모두가 7분여를 머물며 사진과 영상 촬영에 열중했다.

이어 손발을 모두 바닥을 디딘 채 엉금엉금 기어서 작은 구멍을 통과했다.

대부분의 천정과 벽면이 마치 금가루와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다.

습하고 완전한 암흑 속 동굴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플래시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라는 설명에 탄성이 흘렀다.

계속해서 3입구를 지나고 천정의 갈라진 틈으로 내려온 식물 뿌리와 박쥐들이 매달렸던 흔적, 낙석 진행도 조사용 기구 등을 보면서 40여분 만에 1입구로 나왔다.

벵뒤굴의 총길이는 4.5㎞여서 자세히 돌아보려면 2시간도 모자라지만 핵심적인 부분만 보고 서둘러 나온 것이다.

'벵뒤'는 '평평한 들판'을 뜻하는 제주어로, 벵뒤굴은 평지에 생성된 굴이다.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초기 형성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이 굴은 한때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 아신전'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명성을 얻기도 했다.

팸투어 팀은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해 만장굴 3입구를 찾았다.

만장굴을 처음 발견한 1958년 김녕초등학교 부종휴 선생과 짚신을 신은 30명의 꼬마탐험대가 횃불과 20m짜리 줄로 길이를 재며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당시 꼬마탐험대가 잰 길이가 현대 장비를 이용해 잰 길이 7천400m와 겨우 500m 정도밖에 차이가 없다는 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팸투어 팀은 마지막으로 김녕굴을 찾았다.

세계유산본부에서 나온 기진석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목사가 굴을 둘러보는 내용이 그려진 탐라순력도 중 김녕관굴(金寧觀窟) 그림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김녕굴이 예부터 유명한 굴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옛날 사굴(蛇窟)이라고도 불린 이 굴에는 수십척 길이의 큰 구렁이가 살며 주민에게 큰 피해를 주었고, 제주판관으로 부임한 연산서씨 시조 5세손 서련이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5t 덤프트럭이 다니고도 남을 정도로 넓고 높은 약 700m 길이의 굴 내부가 뱀처럼 S자로 구부러져 있어 그런 전설이 생겨났을 법도 했다.

입구에서부터 안쪽으로 300m 정도까지 꽤 많은 모래가 쌓여 있고, 더 깊숙한 곳에도 드문드문 모래들이 보였다.

그런데 이 모레들은 육지부 바닷가에 있는 모래들과 다르다고 했다.

보통 강물이 흐르면서 암석들이 풍화되고 풍화에 강한 석영들만 남아 모래가 되는데 제주에서는 바다에 있던 조개껍데기라든지 산호 등이 부서지며 모래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건축용으로 쓰는 모래가 아니라 석회가루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이 가루들이 용암동굴 위에 쌓이거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와 종유석과 석순 같은 석회 생성물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학예연구사는 염산을 뿌리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그 증거로 거품이 생긴다며 시연해 보였다.

조금 더 들어가자 설명대로 내부에서 석순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용암동굴에 석회 생성물이 생기는 초기 단계 연구를 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녕굴은 1900년대 초까지 개방했었으나 안전상의 이유와 보존 관리의 목적으로 지금은 개방하지 않고 있다.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올해 세계유산축전의 주제는 '발견의 기쁨'이다.

이번 축전에서 벵뒤굴, 김녕굴 특별탐험에 참여하는 이들은 발견의 기쁨을 누리게 될 것 같다.

동굴 특별탐험 외에도 22일까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1∼4구간 워킹 투어, 한라산 야간 일출 산행, 성산일출봉 야간 투어, 마음 챙김 페스티벌, 세계유산 글로벌 리더스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khc@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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