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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발언 차례 아닌데 잇단 끼어들기…사회자 직권으로 마이크 끄기도
현재 대선 판세가 초박빙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데다가 이번 토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두 후보는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특히 이번 토론에서는 한 후보가 발언할 때 상대 후보의 마이크를 끄지 않고 켜 둔 채로 토론을 진행하면서 잇단 끼어들기 발언이 터져 나와 사회자가 원활한 토론 진행을 위해 직권으로 후보의 마이크 전원을 끄는 일도 벌어졌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토론 시작 전에 간단히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한 뒤 초반부터 외교·안보 정책, 기후변화, 이민자 문제 등 다양한 정책 이슈를 놓고 90분간 격돌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날 열린 토론은 '이란을 향한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을 지지하겠느냐'라는 외교·안보 분야의 돌직구 질문으로 문을 열었다.
민주당 월즈 주지사는 이런 질문을 미처 예상 못 했다는 듯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입을 열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발언 도중 '어…'라고 하면서 드문드문 말을 멈추기도 했고, '이스라엘과 그 대리인들(proxies)'이라며 이란과 이스라엘을 혼동해 실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변호사 출신인 데다 방송 출연 경험이 많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답변 시작에 앞서 토론 사회자, 시청자는 물론 월즈 후보를 향해서도 감사 인사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는 질문에 먼저 답을 하는 대신 '흙수저' 출신인 자신의 자세히 이력을 자세한 소개한 뒤 "이스라엘이 자신의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이게 이스라엘 관련 질문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마지막에야 질문에 짤막하게 답했다.
밴스 후보는 월즈 후보를 향해 "솔직히 말해 팀(월즈 후보의 이름), 당신은 여기서 힘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 동안 미국의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해리스 대통령 후보를 방어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떠안았다고 상대를 비꼬는 표현이었다.
월즈 후보는 토론 후반부에 가면서 특유의 편안한 어투와 유머 감각을 되찾았다.
이날 토론에서는 자신이 발언 순서가 아닌데 끼어들기 발언이 잇따르면서 진행자가 후보 마이크를 끄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이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던 중 밴스 후보가 끼어들기 발언을 지속하려 하자 진행자인 CBS 저녁 뉴스 앵커인 노라 오도넬은 "(밴스) 상원의원님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마이크를 끄고 "신사 여러분, 마이크가 꺼져서 이제 청중이 더 들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토론 규칙은 이미 진행된 대통령 후보 TV 토론과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마이크를 계속 켜두기로 했다. 다만, 사회자가 판단에 따라 마이크 음을 소거할 수 있다고 앞서 CBS는 밝혔다.
이날 토론에서 부통령 후보인 두 사람은 역대 다른 부통령 후보들처럼 주로 상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거나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자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토론 상대에 대한 비방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후보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등 예의를 지켰으며 마무리 발언에서 서로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또 토론에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월즈 주지사는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반박하는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잘못 말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밴스 의원은 자신이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 등으로 비판했다가 지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물론 난 대통령과 생각이 달랐던 적이 있지만 내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잘못 알았다는 사실도 매우 솔직히 밝혀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월즈 후보를 향해 "그는 거짓말에 세뇌돼 자신의 무능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보다 더 긴장할 수 없어 보인다"라고 비꼬았다.
반면 미국 내에서 최고위직 한국계 미국인인 실비아 장 루크 하와이주 부지사는 토론 후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의 온라인 스핀룸 연설에서 "해리스 대통령 후보와 월즈 부통령 후보는 이슈에 관해 얘기하는 반면 공화당은 분열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계속 얘기하고 있다"며 "그들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책임지고 실제 이슈를 함께 풀어나가기 보다는 이민자를 탓하고 다른 누군가를 탓한다"라고 비판했다.
pa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