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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국내 3호 디지털 치료제인 '비비드 브레인(vividbrain)'의 첫 처방 사례가 나왔다.
비비드 브레인은 시각 자극에 대한 반복적인 학습 훈련을 통해 시각 정보 인식능력을 향상시키는 시야장애 디지털 치료제로, 가상현실(VR)에 기반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된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3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환자는 12주 동안 VR 기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시지각 학습 훈련을 지속하면서 손상된 시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를 받는다.
시각 자극에 대한 지각능력을 꾸준히 학습하면서 시야 민감도를 향상시키고, 뇌가소성(뇌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촉진시켜 뇌졸중 병변 주변의 잠자는 뇌를 깨우는 방식이다.
비비드 브레인을 처방받은 환자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시지각 학습훈련을 할 수 있다. 치료는 VR기기를 착용하고 앱을 실행한 후 VR 화면에 시지각 과제가 나타날 때마다 조이스틱을 누르는 훈련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야장애는 뇌졸중 환자의 20%가량이 경험하는 후유증으로, 시각피질인 후두엽이 손상돼 시각 정보의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다. 시야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운전이나 독서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낀다. 좁아진 시야로 인해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지만, 전 세계적으로 명확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비비드 브레인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시야장애의 양상과 패턴 분석을 위해 시지각 평가 과정을 거쳐 최적의 훈련 위치를 찾는다. 훈련 성적에 따라 자동으로 난이도를 조정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들은 앱을 통해 학습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고,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개선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훈련 진척도에 따른 피드백도 받는다.
강 교수는 직접 창업한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기업 뉴냅스와 함께 2022년 10월부터 10개월간 국내 의료기관 12곳에서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비비드 브레인을 통해 환자들의 시야 민감도가 유의미하게 호전됐음을 입증했다.
강 교수는 "비비드 브레인은 기존 치료제가 없는 시야장애에 대해 검증된 효과를 가진 첫 디지털 치료제"라며 "서울아산병원을 시작으로 다른 국내 병원에서도 비비드 브레인 처방이 진행될 예정이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