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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 한국 주먹의 최고 실세 신상사 별세..향년 92세

박아람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08-11 13:27


생존한 한국 주먹의 최고 실세 신상사 별세..향년 92세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 표지 /교보문고

'명동 황제'로 유명한 1세대 원로 주먹 신상사(본명 신상현)가 지난 10일 오전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 고인은 김두한, 이정재, 시라소니(본명 이성순)와 같은 시기 활동해 '생존한 대한민국 조폭의 최고 실세'로 꼽혔다.

월간중앙 한기홍 기자가 대신 쓴 회고록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2013)에 따르면 1932년 서울 관수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숭실고등보통학교를 중퇴했고, 6·25 당시 대구 특무부대에서 1등 상사로 근무한 경력 때문에 '신상사'라는 평생의 별명을 얻었다.

1954년 대구에서 상경한 뒤 명동 중앙극장 옆에 둥지를 틀었다. 우미관의 김두한, 명동의 이화룡, 종로파(나중엔 '동대문파'로 불림)의 이정재가 3각 구도를 이룰 때였다. 고인은 독자 조직을 꾸리며 명동연합에 느슨하게 결합했다. 1958년 9월 '충정로 도끼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1960년대 중반 조직을 재건한 뒤 1970년대까지 명동을 장악하고 신상사파 보스로 활동했다.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에 따르면 신상사는 "탁월한 발차기 실력, 번개 같은 선제공격, 단호하고 과감하게 상대의 눈을 순식간에 찌르며 급소를 가격하는 능력이 출중"했다. 마산의 전설적인 주먹 구달웅, 서순종 전 세기프로모션 회장 등이 부하였다. 일본 야쿠자 조직과 함께 관광호텔 카지노를 운영해 수입을 올렸지만 마약과 사채, 유흥업소 관리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90년 노태우(1932∼2021)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을 때도 신상사의 명동 조직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먹으로 꽃을 꺾으랴' 머리말에 "이익을 탐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저는 잘 모르는 분야는 쳐다보지 않았고, 범죄꾼과의 결탁은 한사코 반대했습니다. 제가 말년에 이르기까지 주변 사람들의 구설에 크게 오르지 않은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고인은 1975년 1월 신상사파가 범호남파 행동대장 조양은에게 습격을 당한 '사보이호텔 습격 사건' 이후 상대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합의서를 써줬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tokki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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