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첫 실형이 확정되면서 회사가 입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6조원대 철근 담합으로 억대 벌금형까지 선고받으면서 '사면초가'인 모습이다. 한국제강은 지난 1990년 창립한 철근 전문생산업체로 2022년 기준 매출액 8346억원, 영업이익 1241억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2022년 3월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공장에서 사내하청노동자가 작업장 설비 보수 도중 크레인에서 떨어진 1.2t 무게 방열판에 깔려 숨졌다. 그러나 한국제강은 중량물 취급에 대한 작업계획서도 없이 낡고 해진 섬유벨트를 계속 작업에 쓰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경영책임자였던 성씨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성씨가 한국제강의 실질적인 오너가 아니라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제강은 성 씨와 하 모씨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는 회사다. 2022년 12월 기준 하 대표를 비롯한 하씨 일가가 약 77%(19만4550주)의 회사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의 경영책임자인 하 대표가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은 것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성 대표는 여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처벌됐지만, 하 대표는 검찰에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철근 담합 재판 벌금 1억원 선고…"입찰 쉽지 않을 수도"
한국제강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철근 담합과 관련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서울고법은 한국제강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 행위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제강 등 7대 제강사는 2012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조달청 발주 철근 연가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업체별 낙찰 물량 및 입찰 가격을 합의해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철근단가계약 규모는 약 6조8442억원으로 이 사건 관련 기초금액 과대 산정 유도로 약 4331억원, 경쟁 소멸로 인한 입찰률 과대 상승으로 약 2401억원 등 약 6732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제강사가 민수 철근 실거래가격을 허위로 제출해 기초가격이 과다하게 선정되도록 했고, 업체별 입찰 물량 및 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고 보고 있다.
법률 위반 사건이 계속해서 조명되면서 한국제강의 기업 이미지 실추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로 인해 입찰이나 도급 우선권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최근 대기업들은 중대재해 관련 이슈와 업체의 신뢰성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며 하청업체 기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1호기업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이 입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건설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철강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어려운 겨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제강은 추락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업체 관련 위험성 평가 및 정밀안전진단을 외부 안전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꼼꼼히 시행하고, 관련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제강 관계자는 "매년 외부 공유 기관에서 연간 2번 현장을 방문해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개선 대책을 내리고 있다"며 "개선된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고하고, 안전교육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