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코리아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여성 직원에게 퇴직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높은 여직원 비율을 자랑하며 여성 친화 기업임을 내세우고, 여성 인재 발굴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아디다스코리아의 공언이 무색하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별도로 오랜 시간 이어진 본사 측과 대리점 간의 분쟁 조정마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어, 회사 차원의 운영 미흡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아디다스코리아는 육아휴직을 신청한 직원들에게 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디다스코리아에 근무하던 직원 A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하자 사측으로부터 퇴직 권유를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2002년부터 아디다스코리아에서 근무해 왔다. 그러다 2020년 5월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됐고 이에 1년 병가를 냈으며 이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A씨가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퇴직을 요구했고, 회유책으로 '위로금 패키지' 등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아디다스코리아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복귀했고, 이후 5개월 가량 어떠한 보직도 맡지 못했다. A씨가 항의에 나서자 아디다스코리아는 그를 휴직 전 부하직원이던 부장 밑으로 이동시켜 자투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A씨는 아디다스코리아의 일련의 행위에 대해 지난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육아휴직 후 동일 직무 부여 의무 위반'으로 신고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A의 인사발령을 두고 부당전직이라고 판단하고 구제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아디다스코리아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명령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동일한 임금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당사자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 노동조합은 A씨가 사측으로부터 받은 부당 행위를 적극 알리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탰다. 지난 2월 성명서를 내고 "돈으로(육아휴직 사용 직원들의) 사직서를 매수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것이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식하는 아디다스코리아 경영진의 가치와 철학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또 "앞선 사례와 유사하게 육아휴직 후 불이익을 당한 직원들이 최소 3명 이상 있다"고 강조했다. 아디다스코리아가 그동안 '여성 친화 기업'임을 주창하며 여성 인재 발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고 홍보해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디다스코리아는 노동조합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아디다스코리아 인사팀이 육아휴직 중인 직원을 찾아가 퇴사를 종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하거나 허위사실이 재생산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 등을 당사자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대대적 조직개편으로 인해 유관부서 및 직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면서 비롯된 사안"이라면서 "소속부서와 직무가 사라진 현재 상황에서 해당 직원과 당사 간 입장 차가 존재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디다스코리아는 직원이 육아휴직과 복직을 원할 경우 관련한 정보와 조언을 조기에 제공하고 원하는 시점에 복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년 간 해소되지 않는 본사-대리점 간 분쟁 조정 해결은 언제쯤
아디다스코리아를 둘러싼 잡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연초부터 이어진 본사와 대리점 간 갈등 역시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본사-대리점 간 분쟁 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휴직 요청 거부 및 퇴사 종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전반적인 회사 운영의 미흡함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월 17일 아디다스코리아는 경기도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로부터 출석을 요구받기도 했지만 하루 전날 조정 거부 의사를 밝혔다. 조정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 2월 아디다스코리아 대리점주연합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측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불공정 약관심사 및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현재 공정위로부터 계약서상 불공정 사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 노조는 "본사 측의 독단적인 대리점 축소 절차 이행 등으로 대리점주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면서 "일방적 계약 종료 행위는 무책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잘못된 의혹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논란들이 명확히 해결되지 않는 것은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쇄신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