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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2세 경영권 체제 전환 이건그룹…승계 과정 잡음, 실적 등 해결과제 산적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3-05-17 12:13 | 최종수정 2023-05-18 10:47


이건그룹이 최근 완전한 형태의 2세 경영시대를 열였다. 지난 3월 창업주 박영주 회장이 작고한 뒤 장남인 박승준 이건산업 대표이사 사장은 그룹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이건홀딩스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박 사장의 경영승계는 예견됐던 일이다. 2000년대 초부터 계열사의 대표직을 수행하며 경영 일선에 나섰고, 2010년 고 박 회장이 물러난 이후 얻은 지분 확보를 바탕으로 그룹 내 입지를 다져왔다.

고 박 회장의 이건홀딩스 지분 승계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일찌감치 지분 정리를 해놓았던 만큼 상속에 따른 경영권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적 개선을 필두로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경영승계 관련 잡음은 풀어야 할 해결과제다.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 신성장동력 마련 필요

이건홀딩스의 실적은 최근 좋지 못한 흐름을 보인다. 이건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5075억원이다. 2021년 4748억원에서 소폭 상승했다. 문제는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 영업이익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21억원으로 2021년 387억원 대비 40% 가량 줄었다. 순이익의 경우 감소 폭은 더욱 컸다. 지난해 순이익은 55억원이다. 2021년 144억원대비 60% 이상 축소됐다.

올해 1분기 실적 흐름도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15억원, 25억원이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1278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1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70% 이상 줄었다. 순이익의 경우 손실전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등 인테리어 및 목재 사업이 호황을 누렸지만, 엔데믹과 함께 관련 시장의 거품이 꺼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적 감소는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지난해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4700원~5600원대를 보였던 주가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 3060원으로 내려앉았다.

이건홀딩스는 목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매출 절반 이상이 관련 사업에서 발생한다. 고 박 회장이 10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에도 이건홀딩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것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바람막이가 없이 홀로서기에 나선 만큼 박 사장 입장에선 실적 개선 방안 및 미래 신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하다.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경영승계 과정의 잡음도 해소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건그룹은 201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박 사장 주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당시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이건창호를 투자회사인 이건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이건창호로 분할하는 형태로 '이건홀딩스→이건창호→이건산업→이건그린텍'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박 사장은 이건홀딩스 지주회사 지분 20.2% 확보한 이후 유상증자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이건홀딩스 보유 지분을 29.7%까지 확대했다. 박 사장을 제외한 지난해 말 기준 이건홀딩스의 오너일가 지분은 고 박 회장의 13.42%, 딸인 박은정씨 지분 7.94% 등이다.

지배구조 변화, 투명성 확보가 관건

눈길을 끄는 점은 201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당시 이건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이건창호가 있다는 것이다. 이건그룹은 2010년까지만 해도 모체격인 이건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였다.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은 2005년을 전후로 시작된 듯 보인다. 공교롭게도 박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때와 시기가 비슷하다. 박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이건창호는 이 무렵부터 이건환경, 이건인테리어 등 이건산업에서 물적분할되거나 계열사에서 제외된 계열사 등을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건인테리어의 경우 이건산업의 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었던 곳이다. 이건창호가 매수청구권을 승계받아 그룹 지배력 강화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그룹 차원의 경영승계를 위한 오너가 밀어주기 가능성에 대한 잡음이 나오는 이유다. 이건환경은 이건창호가 2009년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1년 이건환경에 대한 이건창호 지분이 100%에서 40%로 줄었다. 60% 지분은 고 박 회장의 부인인 박인자씨(21%), 딸 박은정씨(39%)로 바뀌기도 했다. 이건산업에서 물적분할 된 이건환경은 2010년 기준 매출 364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한 회사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재계 일각에선 이건산업과 이건홀딩스가 상장사인 만큼 주요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이 오너일가 밀어주기 형태로 비칠 경우 소액주주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건그룹은 지배구조 전환을 비롯해 향후 실적 개선 방안 마련 방안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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