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짧아 아쉬운 2월이다. 그나마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래도 겨울방학과 겨울 휴가를 고려, 겨울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이라면 서둘러야 한다. 벌써 겨울의 막바지다. 별다른 계획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 선정한 한류 명소로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K-콘텐츠를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1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류 성지순례'를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에 앞서 둘러볼 만한 곳으로 먼저 떠나보자.
|
응답하라1998·오징어게임 '쌍문동 시장'
쌍문동에는 한류 드라마 촬영지인 카페 선운각도 있다. 주변의 좁은 골목길 등 레트로한 감성과 함께 한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대한제국 시대 의병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은 선운각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드라마의 시대 배경이 잘 맞았다. 박석 깔린 돌담길을 걸으면 드라마의 장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K-콘텐츠의 배경을 둘러본 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봉황각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봉황각은 천도교 3세 교주 손병희가 민족 지도자를 양성하던 곳이다. 여기서 교육받은 인사들이 각 지역의 지도자로 성장해 3·1운동을 이끌었다. 인근에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형 캐릭터 박물관인 둘리뮤지엄이 있고, 2960년대 한국문화의 시적 양심으로 불린 김수영을 기리기 위한 문학관이 있다. 김수영문학관에서는 시인의 육필 원고와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
'BTS, 정국의 감탄' 삼척 맹방해변·부남해변
강원도 삼척에는 한류의 명소가 된 바닷가가 두 곳 있다. 맹방해변과 부남해변이다.
맹방해변은 2021년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 재킷을 촬영한 장소다. BTS 멤버 정국이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못 온"이라며 아쉬움을 달래고,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바로 그곳이다. 예전에는 명사십리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의 해변'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따라붙는 곳이기도 하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등이 '버터'의 노랫말처럼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breakin' into your heart like that)'한다.
부남해변은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아담한 해변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며, 입구 대숲과 바위산과 모래밭도 시적이다. 해변에 서면 애잔한 사랑의 사연이 밀물처럼 다가온다. 주간에는 대체로 개방하나, 입구가 닫혔을 때는 삼척시청 관광정책과에 문의하면 마을에 연락해준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사부사자공원은 바다가 보이는 삼척그림책나라가 특별하다. 1970~1980년대 어촌 풍경이 남은 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 유황이 든 온천수 족욕을 즐기는 체험장도 있다.
|
충청남도에 위치한 논산선샤인랜드는 논산시와 드라마 제작사 등이 손잡고 조성한 국내 유일한 개화기 촬영 세트장이다. 선샤인스튜디오,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VR 체험을 즐기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구성됐다. 총면적 약 2만 ㎡에 이르는 선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반 한성(서울)을 재현한 공간이다. 한성전기 사옥을 비롯한 근대 서양식 건물과 기와집, 초가집, 일본식 가옥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120여 년 전 모습이 완성됐다. '미스터 션샤인'을 대부분 촬영했다. 논산선샤인랜드의 밀리터리체험관은 내부 리모델링으로 2월 13일부터 휴관 예정이며, 다른 시설의 관람 및 체험은 가능하다.
온빛자연휴양림은 논산의 새로운 한류 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곳이다. 2021~2022년 방영한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 촬영된 곳이다. 촬영지를 둘러본 뒤 10km 남짓 떨어진 논산 돈암서원(사적)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돈암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중 한 곳이다. 인근 탑정호에는 길이 600m 출렁다리가 놓여, 호수 위를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
경상북도 문경시에 있는 문경새재(명승)는 조선 시대에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으로, 태종 때 개통했다. 오랜 세월 역사와 문화, 사람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품은 문화유산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는 사극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이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과 오픈세트장은 사극 드라마와 영화의 메카이자, 한류 사극 열풍을 불게 한 공간이다. 특히 한국형 좀비 드라마로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킹덤' 시즌 1·2에서는 문경새재가 드라마 속 실제 공간이자 주요 촬영지였다. 문경새재 1관문 주흘관과 2관문 조곡관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 밖에 '옷소매 붉은 끝동', '연모', '슈룹' 등 다양한 드라마의 배경이기도 하다.
문경에 방문했다면 옛길박물관은 꼭 들려야할 여행코스다. 국내 유일한 길 전문 박물관으로, 우리나라의 옛 지도와 옛길, 고개와 그 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은 시속 3~4km로 운행하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장엄하다. 문경에코랄라는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에 에코타운, 자이언트포레스트 등을 더해 문화 콘텐츠 테마파크로 거듭났다. 석탄의 역사들 이해하고, 거미열차를 타고 갱도 체험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
경상북도 포항으로 최근 여행자를 이끄는 한류 드라마는 '갯마을 차차차'다. 현실주의 치과 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 백수 홍두식(홍반장, 김선호 분)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갯마을 차차차를 따라가는 여행의 시작점은 북구 청하면에 자리한 청하공진시장. 시장 한가운데 장터 건물을 중심으로 드라마에 나오는 공진반점과 보라슈퍼, 청호철물, 오윤카페(한낮에커피달밤에맥주)가 있다. 주말에는 많은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구룡포항과 가까운 석병1리 방파제의 빨간 등대도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알려지며 사람들의 방문이 늘었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는 일제강점기 가옥 80여 채가 남은 곳으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방영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근대문화역사거리 위쪽에 포항구룡포과메기문화관이 있다. 구룡포읍의 유래와 역사, 과메기를
|
'스물다섯 스물하나' 전주 서학동예술마을과 한벽굴
풋풋한 청춘 서사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주요 촬영지는 전주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서학동예술마을과 한벽굴(한벽터널)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올랐다. 서학동예술마을에 있는 음악 스튜디오 소리방앗간은 명진책대여점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나무 간판만 남았다. 희도(김태리 분)가 울며 뛰어간 건너편 골목과 27레코드는 드라마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다. 서학동에서 전주천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한벽굴을 만난다. 희도가 상처받은 이진(남주혁 분)을 위로한 이곳은 싱그러운 청춘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배경이었다. 희도의 집으로 등장한 게스트하우스는 하얀 대문과 가로등이 드라마의 여운을 자극한다. 주인공들이 앉은 평상이 그대로 남은 아현슈퍼도 전주 남고산성(사적) 가는 길에 있다. 서학동 뒤쪽에 자리한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첫사랑의 감성을 떠올리기 좋다. 시원한 통창 너머로 보이는 울창한 숲이 그림 같다. 경기전 건너편 2층에 문을 연 모주체험여에서는 전주를 대표하는 먹거리 모주를 만들어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전주를 방문했다면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 팔복예술공장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술놀이터로 남녀노소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