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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닥터스의 발건강 톡] 아킬레스건 파열, 이제 통 깁스는 안녕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08-16 13:33 | 최종수정 2021-08-19 09:05


어느 날 진료실에 50대 남자분이 땀에 젖은 반바지 차림으로 절뚝거리며 들어오셨다. 다리를 살펴보니 장딴지가 붓고 멍이 들어있었다.

"테니스를 한창 치는데, 발뒤꿈치 종아리부위에 '뚝'하는 소리가 났어요.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발을 디디지도 못할 정도로 너무 아픕니다."

환자와 같은 증상을 호소할 때 진찰해보면 종아리의 근육부위(비복근)가 일부분 손상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뒤꿈치와 연결되는 아킬레스건 파열인 경우도 흔하다. 이 환자는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것으로 보였다. 아킬레스건 파열을 그냥 방치하면 달리기뿐만 아니라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꼭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아킬레스건이 찢어지면 일반적으로 끊어진 힘줄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이 간단하지 않다. 보통 칼처럼 날카로운 것에 베이면 상처가 일직선으로 깨끗하게 난다. 반면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 상처 부위가 너덜너덜 뜯어진 형태로 나타난다. 그만큼 봉합이 쉽지 않다. 너덜너덜해진 힘줄 끝을 잘 다듬어서 너무 두툼하지 않게 매끄럽게 봉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필자는 예전에는 혹시 기껏 꿰맨 아킬레스건이 또다시 파열될까봐 흡수가 되지 않는 굵은 실로 촘촘하게 여러 차례 봉합하고, 발목을 못 움직이게 오랫동안 통 깁스(석고붕대)를 했었다. 튼튼하게 봉합돼 재파열되지는 않았지만 통 깁스를 풀고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던 것 같다. 또 시간이 지나도 매듭과 뭉쳐진 힘줄이 눌러 붙으며 딱딱해져 한동안 또 다른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이후 치료경험이 많이 쌓이면서 꼭 튼튼하게 봉합하고 통 깁스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요즘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할 경우 예전과는 달리 녹는 실로 적당히 형태를 유지하면서 장력에 견딜 정도로만 봉합하는 데 집중한다. 꼭 필요한 수준으로만 수술을 최소화한 것이다.

수술 후에도 통 깁스보다는 최소한의 고정만 하고 가능한 한 빨리 걷기 운동을 하게 한다. 물론 처음에는 다리에 실리는 체중부하를 최소화시키고 점차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걷기 운동을 하고, 적극적으로 물리치료를 한다. 환자들을 치료해보니 이처럼 수술은 단순하게, 재활은 빨리 할수록 힘줄을 더욱 튼튼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스포츠 손상인 발목 인대 파열이 심하거나 발목뼈 골절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견고한 인대 재건이나 금속나사로 고정하는 치료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가급적 수술 방법을 단순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수술 후에도 발목 깁스보다는 간단한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다. 통증이 줄어들면 바로 재활치료를 시작하고 2~3주 이후부터는 점진적으로 걷게 하는데 이러한 방법이 운동기능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환자들을 치료할 때도 적용된다. 의사입장에선 환자가 또 다시 같은 병이 재발돼 고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혹시라도 일어날 위험을 촘촘하게 막느라 과하게 치료하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을 단순화했을 때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치료경험이 쌓이면서 깨닫게 되었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내원했던 환자분은 최소한의 수술과 적극적인 물리치료로 지금은 완전히 회복돼 다시 테니스 운동을 즐기고 있다. 통 깁스를 하지 않고 보조기로 최소한의 발목 고정을 할 때 조금은 불안해하셨지만 지금은 "덕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하신다.

이제 통 깁스는 추억이 된 듯하다. 통 깁스를 한 친구의 책가방을 들어주거나 통 깁스에 짓궂은 낙서를 했던 일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환자들이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게 되었으니 추억이나 낭만이 사라졌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도움말=부평힘찬병원 김유근 원장·서동현 병원장


 ◇부평힘찬병원 김유근 원장(왼쪽)과 서동현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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