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야구단의 새로운 이름이 무엇이 될지가 스포츠계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스포츠 구단들은 각 연고지의 다양한 특징을 살려 이름을 짓는다. 특징이 곧 이름이 되고, 그 이름은 구단의 '정체성'이 된다. 팬들은 그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팀과 하나가 된다. 경마 스포츠에도 팬들이 목 놓아 부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경주마의 마명이다. 경마라는 스포츠의 선수인 경주마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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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주들이 고민한 만큼 '이름 값'하는 경주마도 많다. 부경 경마공원에서 활약했던 '당대불패'는 이름대로 당대에 불패하는 신화를 보여줬다. 대통령배(GⅠ, 2000m)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GⅡ,1800m), 경상남도지사배(GⅢ,1800m) 대상경주와 함께 3세 시절 출전한 모든 일반경주에서 불패했다. 이후에도 뚝섬배(GⅢ,1400m), 오너스컵(GⅢ,2000m) 등 대상경주 우승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대통령배는 3년 연속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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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8·2009년, 2년 연속 '그랑프리(GⅠ,2300m) 우승마인 '동반의강자'는 '동방의강자'로 마명을 등록하려다 오타 실수로 동반의 강자가 되었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경주마 이름을 보면 마주·혈통이 보인다
마주들의 특성을 드러내는 이름도 많다. '슈퍼삭스', '아이언삭스' 등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총 18두의 '삭스들'이 있다. 국내외 유수 의류 브랜드에 양말을 납품하는 양말 전문기업 대표인 김창식 마주는 양말과 경주마에 대한 사랑과 끈기를 담아 이름을 짓기로 유명하다. '갓오브삭스', '핵삭스' 같은 강력한 삭스부터 '플로리다삭스', '오클랜드삭스'등 경주마의 산지를 붙인 삭스도 있다. 지자체가 마주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천시청의 '이천쌀', 영천시청의 '최강영천'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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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금 마주는 이수홍 마주와 함께 지난 27년 동안 마주활동을 해온 국내 최고령 원로이자 '말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유명한 존경받는 마주다. 황영금 마주는 "말은 저희에게 가족과 같아요. 가족회의를 통해 이름을 지어요. 남편이 생전 남북통일이나 독도문제 등에 관심이 많았고, 나라사랑에 큰 뜻을 갖고 계셔 말 이름에도 우리의 염원을 담았죠"라고 전했다. 또한 이들 부부는 경주마 '백광'의 이름으로 기부하며 국내 최초로 동물명의 기부를 하며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인 만큼 잘 달리는 부마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름에 '메니'가 들어간 경주마들은 모두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들이다. '티즈'계열 역시 미국 유명 씨수말 'TIZNOW(티즈나우)'의 피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티즈플랜' 역시 부마인 '티즈나우'의 앞 두 글자와 모마인 '어뮤징플랜'의 뒤 두 글자를 따와 이름 지어졌다.
한해에 경주마로 입사하는 더러브렛은 약 1500두. 모두 각자의 소망과 의미를 담은 '이름'을 달고 마생을 시작한다. '이름'은 그 존재를 나타내는 단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름'은 글자 이상의 울림을 갖는다. 경주마든 사람이든 의미 없이 지어진 이름은 없다. 세상 모든 '이름'들이 그 속에 품고 있는 가치를 빛내는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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