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공정위와 전면전 가나?
네이버, "공정위의 악의적인 지적"
네이버가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당한 검색시스템 개편을 불공정행위로 몰고 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입장이다.
네이버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충분한 검토와 고민 없이 사업 활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서 그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정위 조사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2년 출시한 자사 오픈마켓 서비스인 '샵N(현 스마트스토어)'의 상품이 쇼핑 검색 결과에서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해 왔다. 샵N이 출시된 2012년 4월 전후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를 부여해 노출 순위를 끌어내린 것. 같은 해 7월에는 쇼핑 검색 페이지 당 샵N의 상품 노출 비율을 15%로 정하고 12월에는 이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2013년 1월에는 샵N에 적용되는 판매 지수에 1.5배의 추가 가중치를 부여, 노출 비중을 높였다.
다음으로 같은 쇼핑몰 상품이 연달아 노출되면 해당 쇼핑몰의 상품 노출 순위를 내리는 기준을 도입했는데, 경쟁 오픈마켓 상품은 오픈마켓 단위의 동일한 쇼핑몰로 봤지만 샵N 상품은 입주업체 단위로 분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여기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출시를 두 달여 앞둔 2015년 4월에는 네이버페이 담당 임원 요청으로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제산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완화시켰다.
네이버는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쟁사의 큰 반발을 사지 않는 선에서 자사에 유리하게끔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방식을 논의했으며 사후 점검으로 검색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및 관리했다.
이 결과 오픈마켓 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2015년 4.97%에서 2018년 21.08%로 급상승했다. 이와 달리 옥션, 인터파크, G마켓 등 경쟁사의 점유율은 모두 떨어졌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이 같은 행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중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방해행위,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차별 취급행위 및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로 보고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법정 다툼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쇼핑 검색 알고리즘 개선 작업은 50여 차례 진행됐으며 공정위는 이 중 몇 개의 작업만을 골라 경쟁 사업자를 배제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성 로직은 오픈마켓 뿐 아니라 네이버쇼핑과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 단위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했으며, 공정위가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 적용되는 판매 지수에 대해서만 가중치를 부여해 상품 노출 비중을 높였다고 악의적으로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네이버, 근거자료 제출하지 않다 뒤늦게 부당함 호소"
네이버의 강력 대응 방침에 대해 공정위는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50차례에 해당하는 알고리즘 개선 작업 중 '상품 우선노출 변경이 이뤄진 행위'에 해당하는 알고리즘만을 문제로 삼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심사 과정에서 네이버 측에 경쟁사를 배려하거나 우대한 알고리즘 내역이나 변경 행위 이력을 제출하라고 지시했지만, 네이버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면서 "조사 당시에는 아무런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결과 발표 직후에 언론을 통해 자신들이 입장을 알리고 부당함을 호소하는 모습은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작은 동영상 개편에서도 이뤄졌다. 네이버는 '네이버TV 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서는 가점을 주는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 네이버의 알고리즘 개편 일주일이 지난 이후 검색 결과 최상위에 노출된 네이버TV 동영상 수는 22% 증가했다. 특히 가점을 받은 테마관 동영상의 노출 수 증가율은 43.1%에 달했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공정위가 가점을 주었다고 언급한 자사 동영상 서비스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선별된 약 20%의 동영상에 관한 것"이라면서 "수많은 검색 품질 테스트를 거쳐 알고리즘상 극히 미미한 수준의 가점을 부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별도의 심사가 사내 어느 부서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검색 품질 테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극히 미미한 수준의 가점'을 어떤 이유로 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일련의 이슈와 관련 IT업계 한 관계자는 "입장문을 통한 명확한 근거 없는 반박은 오히려 회사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네이버와 같은 독점적 지위 사업자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각에선 그동안 네이버쇼핑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지만 별다른 '물증'을 찾지 못해 의혹 제기에 그쳤던 것이 이번 정부 차원의 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터질 게 터진 셈"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를 공정위에 신고했던 이베이코리아는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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