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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수 사망사건 '안전불감증' 논란…예고된 인재?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8-10-30 08:04


생수 브랜드 압도적 1위 '제주 삼다수'가 '안전불감증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일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페트병 제작 기계를 수리하려던 직원이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

사건이 알려지고 지난 24일 오경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 사장에 이어 2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이슈가 연일 터져 나오자, 28일 고용노동부에서 '생수업체 전수 점검'을 천명하는 등 사건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제주 삼다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생산하고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이 위탁판매하는 생수제품으로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이 40%가 넘는 '절대 강자'다. 지난 1998년 출시 이후 20년간 먹는 샘물 분야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 출시 20주년을 맞아 제주 환경을 위한 사회환원 확대 포부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번 안전사고로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안게 됐다.


사진제공=제주 삼다수
지난 3월 안전점검서 안전조치 필요 권고에도 결국…

29일 제주개발공사·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에서 김모씨(35)가 삼다수 페트병 제작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김씨는 작업 도중 작동을 멈춘 기계를 수리하러 내부로 들어갔다가 기계가 작동하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가 난 제병기(PET병을 만드는 기계)는 지난 2003년 일본에서 도입한 것으로 이번 사고 전에도 고장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해당 공장 제병기는 한국안전보건공단에서 올해 8월 9일 실시한 안전점검 10개 필수항목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점검 항목 중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항목도 포함돼 있어 '부실 검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앞서 대한산업안전협회에서 지난 3월 진행한 안전점검에서는 "협착 등 사고위험이 있으니,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이행지도가 필요하다"는 권고가 이루어진 바 있다. 이같은 보고서 내용은 지난 26일 제주도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론돼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3월 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개선 대책을 수립해 실행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감식을 지난 23일 벌였으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주 이상 걸릴 예정이다. 특히 공장내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상황이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무리한 증산·증설 논란까지…

이번 사망사고 규명 과정에서는 특히 제주 삼다수 공장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24일 진행된 제주도개발공사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도 의회 강성민 의원은 "제주삼다수가 올들어 출시 20주년 맞이 공장 신축과 신제품 출시, 지하수 취수허가량 확대 등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근무 여건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작업환경이 4개조 3교대에서 3개조 2교대로 바뀌면서 사망한 직원이 하루 12시간 근무로 피곤해했다는 유족들의 진술도 나왔다. 게다가 일반 정규직 중 생산직 직원에 61명이나 결원이 생기면서 이러한 사고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제주개발공사 측은 "올들어 1개 라인을 증설했고 생산인력 충원을 시도했지만 인원이 모자라,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3조 2교대로 운영해왔다"면서 "최근 채용한 인력 70명을 29일 배치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증설된 5번째 생산라인은 지난 5월 설비를 완성하고 시험 가동을 거쳐 10월 중으로 본격 가동을 준비 중이었다.

한편 지난 20일 사고 이후 하루 3400t의 생수를 생산하던 삼다수 생산 라인이 멈춰선 가운데, 생수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삼다수의 누계 시장점유율은 40.5%다. 이는 지난해보다 1%포인트 감소한 수치이지만, 2위인 롯데 아이시스(11.9%)와의 격차가 큰 압도적 1위 생수다.

이같은 삼다수의 비중으로 볼 때 생산 중단이 한 달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삼다수를 유통하는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광동제약은 제주 외 지역의 편의점 및 도매 판매를 맡고 있고, LG생활건강은 자판기·일반음식점·호텔 등 특수처 유통을 진행 중이다.

향후 제주 삼다수의 생산라인 가동 재개 여부는 노동청 및 경찰의 사고조사와 제주도개발공사의 향후 안전대책 제출 및 검토 등을 거쳐야 결정된다.
이와 관련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고수습이 우선으로, 재고 규모나 생산 재개 시점을 언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초 10월 중 시중에 선보이려던 삼다수 330㎖ 및 1ℓ신제품의 본격 유통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다수 생산 재개가 된다 하더라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리한 작업이 강요된다면 '안전 강화'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또 다른 안전사고 가능성을 경계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제주 삼다수 공장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국 62개 생수제조업체를 대상으로 11월1일부터 12월13일까지 6주간 안전관리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지난 28일 밝힌 상태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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