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어 BMW 차량화재사고까지 이어지며 최근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부터 국내에서 한층 강화된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디젤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희박질소촉매장치(LNT) 등이 있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투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디젤 모델과 올해 초 완전변경(풀체인지)이 이뤄진 싼타페 디젤 모델에 SCR을 달았다. 반면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은 단종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쏘렌토와 스포티지, 모하비 등에 이미 SCR을 넣었다. 디젤 세단의 경우 현대차처럼 아직 단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업체들도 대부분 디젤 제품군에 SCR을 장착해 순차적으로 인증을 새로 받고 있다. 다만 기준 자체가 까다로워진 데다 인증 대상인 차종도 많아 업무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내달부터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 디젤차에 대한 매력은 급감할 전망이다. 우선 차량에 새로운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추가로 달리면 차량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SCR 장착에 따라 가격이 100만~300만원 가량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가 4개 차종의 디젤 모델을 단종하기로 한 것도 판매량이 저조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생산을 유지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새로운 인증을 받고 나면 디젤차의 큰 매력 중 하나인 연비가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유럽에서 WLTP가 적용되고 디젤차의 효율이 10~15%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미리 반영하듯 소비자들의 디젤차에 대한 선호는 이미 하락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중반 디젤 승용차가 판매가 시작된 이후 디젤차 판매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면서 2015년 52.2%로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서 가솔린차 판매를 능가했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발발 후 상승세가 꺾이면서 2016년 47.9%, 2017년엔 45.8%로 하락하더니 올해 상반기 등록된 신규 자동차 92만93990대 중 디젤차는 42만329대로 점유율은 45.2%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디젤 차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디젤차의 설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신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올 가을 수입차를 중심으로 디젤차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WLTP는 올해 8월 31일까지 생산했거나 통관한 차는 새로 인증을 받지 않아도 올해 11월 30일까지 판매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뒀는데, 수입차업체들이 이 기간에 재고를 소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는 생산량 조절을 통해 재고 조정을 미리 하기가 쉽지만, 수입차는 이미 들여온 차를 본사에 반품할 수도 없어 재고 처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업체별 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2015년 유로6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할인 경쟁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