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의 상당수가 그룹내 핵심 계열사 등의 지분을 보유하며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설립 목적인 공익 증진 활동에는 소극적인 반면 총수일가 및 계열회사와의 주식·부동산·상품·용역 거래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 공익법인들은 동일인(총수), 친족, 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83.6%(138개)에 달했으며 이들이 대표자인 경우가 59.4%(98개)였다. 그만큼 상당수 공익법인들이 총수일가의 의중에 따라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재 기부문화 확산 등을 위해 공익법인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지분 중 5%까지는 상속·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른바 '5% 룰'. 하지만 '5% 룰'이 여전히 일부 공익법인에는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멋대로 사고팔면서 총수지배력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구멍'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165개 중 66개(40%)가 총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공익법인 중 59개는 총수 있는 집단 소속이다. 이들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57개사(47.9%)는 총수 2세도 지분을 함께 보유한 '총수 2세 회사'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익법인이 총수 2세의 우호지분으로서 경영권 승계에 동원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자산 중 계열사 주식 비중이 높았지만 정작 수입 기여도는 미미했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66개 공익법인 중 2016년에 배당을 받은 법인은 35개(53%)였고 평균 배당금액은 14억1000만원이었다. 계열사주식 배당금액을 수익률로 환산해 보면, 보유계열사 주식의 평균 장부가액(538억원) 대비 2.6%였다.
또 계열사 주식의 배당금액이 전체 공익법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극히 낮았다. 공익사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들 법인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모두 찬성 의견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계열사 주식 의결권 행사 때도 모두 찬성 의견을 냈지만, 의결권 행사 비율은 계열사 주식(94%)이 비계열사(76%)보다 훨씬 높았다.
계열사, 총수 친족 등과 내부거래를 한 대기업집단 공익법인도 100개(60.6%)에나 달해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내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사 결과 공익법인은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공익증진에 기여해 왔으나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며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외부의견수렴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