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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이 불법이냐?"는 장 투불 페르노리카 사장, 경영 능력에 리더십까지 '흔들'…페르노리카의 이유 있는 몰락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8-06-26 08:26


임페리얼·발렌타인·앱솔루트 등 유명 위스키 브랜드를 보유한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임원의 갑(甲)질 논란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는 한 임원이 직원을 상대로 폭언과 성희롱 등 갑질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까지 노조가 주장한 '갑질'은 사실과 다르다는 식의 원론적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태의 중심에 지난 2016년 9월 부임한 장 투불(Jean Touboul)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장 투불 사장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장 투불 사장의 독선적이고 폭압적인 경영행태로 실적 악화와 노동자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노사 갈등을 해결해야 할 장본인인 장 투불 사장이 오히려 성희롱과 욕설로 논란이 된 임원을 "욕설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옹호하며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 때 업계 1위를 달리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토종 위스키 기업인 골든블루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장 투불 사장 취임 이후에는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성희롱·갑질 녹취록까지 있다는 노조와 갈등 폭발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는 지난 5일부터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사측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노조는 1인 시위 등을 통해 2016년 9월 부임한 영업총괄임원 A씨가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난임인 한 여성 팀장에게 "아이를 가지려면 남편 등에 손톱자국이 날 정도로 해야 한다"는 성희롱 발언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들은 직원은 퇴사한 상태다.


노조는 A씨가 성희롱은 물론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등 갑질도 일삼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A씨는 영업사원들에게 'X같은 새끼' 'X발 새끼'라고 욕설을 하고, 기분이 나쁘다며 씹던 껌을 씹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한 영업사원에게는 "인사상 이익을 주겠다"며 노조탈퇴를 권유하기도 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이 밖에 노조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실적 압박을 줘 일부 팀원은 매일 12시간 가량 근무해 병가자·퇴사자가 늘고 있으며 내부 반발을 인사보복 및 조직개편 등으로 잠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같은 문제들을 장 투불 사장에게 보고했지만 장 투불 사장이 오히려 "노조는 방해되는 존재이며 (노조를) 공격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갑질과 성희롱, 외국인 사장 발언에 따른 갈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회사 측은 "노조가 언론을 대상으로 제기한 근거 없는 이슈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성희롱과 관련해 면밀히 조사를 했지만 근거 없는 혐의일 뿐인 것으로 종결됐고 '갑질' 주장도 사실이 아님을 확인한 내용"이라며 "퇴사자가 증가했다고 하는데 다른 회사와 비교해 특별히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자살 시도 직원 같은 경우도 개인 사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영진은 어떤 부당노동행위도 하지 않았다. 특히 노조의 권리와 관련법을 존중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조사가 면밀히 이뤄졌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전혀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피해 직원들의 진술서, 녹취 등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지만 직원 보호 차원에서 이를 사측에 제시를 못하고 있을 뿐이다. 회사가 당장 진술서와 관련된 직원들은 조사를 받으라고 겁박을 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욕설이 불법이냐?" 갈등 키우는 장 투불 사장, 리더십에 상처

노사간 진실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야 할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장 투불 사장이 오히려 문제가 된 임원을 감싸는 발언을 하며 새로운 '트러블 메이커'가 된 것.

장 투불 사장은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본사에서 최근 불거진 임원 A씨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타운홀미팅을 열고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이날 논란이 된 A씨는 직접 직원들 앞에 나서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하지만 욕설 부분만 인정 했을 뿐 성희롱이나 부당노동행위는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장 투불 사장은 타운홀미팅에서 A씨에 대해 "욕설은 불법이 아니다. 여기 방 안에 있는 사람 중 욕 안 해본 사람이 있느냐"고 오히려 감싸는 발언을 했다. 이어 노동조합이 A씨의 해고를 요구하데 대해서도 "욕설로 해고할 수는 없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강호 노조 부위원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장 투불 사장의 발언은 상급자의 위력에 의한 욕설을 일상적 욕설로 보편화시킨 몰상식한 발언"이라며 "장 투불 대표의 모국인 프랑스에서는 임원이 부하 직원에게 욕하고 갑질을 해도 불법이 아닌지 묻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투불 사장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욕설은 어떤 경우에도 올바른 행동이 아니고 타운홀미팅에서도 이를 명백히 짚었다"며 "다만 욕하는 행위 자체만 보면 불법적인 것이 아니고 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어떤 직원도 해고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설사 이러한 사측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장 투불 사장은 이번 노조와의 대립을 겪으면서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더불어 리더십과 포용력의 부재라는 비난의 화살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막아야할 회사 수장이 오히려 부적절한 발언으로 갈등을 키웠다는 점에선 페르노리카코리아 안팎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할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는 노동부에 경영진의 인권유린과 폭언·갑질, 부당노동행위를 고소해 이번 사태는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지난 21일에는 근로감독관이 1인 시위 현장을 찾아 노조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

이처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부임 2년 차인 장 투불 사장은 리더십에 있어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 투불 사장이 부임한 이후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 임페리얼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치닫고 있어 경영 능력까지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페르노리카코리아 2016년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 합산 매출은 1965억원으로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이 2000억 원대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업계 관계자는 "장 투불 사장은 부임 이후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오히려 업계 3위로까지 밀려난 상태"라며 "장 투불 사장은 경영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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