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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가이드- 약 복용]내 몸을 지키는 똑똑한 '약(藥)' 복용법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6-07 11:35





고혈압과 당뇨병, 전립선비대증약을 복용하고 있는 이모(70)씨는 최근 감기에 걸려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감기약을 몇 번 먹은 뒤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요폐 현상이 발생했고, 응급실로 실려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원인은 감기약이었다.

처방받기 전에 전립선비대증으로 배뇨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알려서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약물을 피했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가 화를 부른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만성질환으로 상시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먹는 장·노년층도 많다. 약은 정확하게 복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여러 가지 약을 먹는다면 복약수첩을 마련하라

권주영 서울시 서남병원 백세건강센터장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평소 복용하는 처방약이 3가지 이상인 경우가 많고, 최다 스무 종류 이상의 약을 먹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시에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것을 '다약제복용'이라고 한다. 평소에 다양제복용을 하는 사람은 감기 등 가볍게 지나가는 질환이라도 약을 추가할 때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새로 약을 타려면 이미 복용중인 약에 대해 의사 또는 약사 등 전문가에게 알리고 상담해야 한다. 만성질환 등으로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약물간의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고지혈증약을 무좀치료제와 동시에 복용하면 근육통, 구토, 갈색 소변이 나타날 수 있다.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가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수분이 몸에 남아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관절통을 앓는 노년층은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먹는 경우가 많은데, 통증이 심하다고 처방량을 넘겨서 과다 복용하면 위장, 신장, 간 등에 무리가 온다.

권주영 센터장은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면 약 성분이 서로 간섭해서 유해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일반인은 자신이 먹는 약의 성분과 화학작용을 제대로 알 수 없으므로, 복약수첩에 복용중인 약을 적어 두고 진료를 받을 때마다 전문가인 의료진에게 보여줘서 상호간섭이 없는 약을 처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노년층은 다수의 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복용량에 대해서도 주의하고 처방받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간이나 콩팥 등 몸 안에서 약물을 처리하는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근육량이 감소되고 지방량이 증가해 몸속에서 약물의 분포가 변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젊은 사람과 동일하게 약을 복용해도 몸 안에 약이 쉽게 쌓이고, 약의 효과나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약도 음식과 '부적절 궁합'이 있다

약도 '상피제'가 적용된다. 그냥 먹으면 좋은 음식도 어떤 약과 함께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약은 맹물과 함께 먹는 것이 제일 좋다. 맹물이 없으면 음료수와 함께 삼키는 사람이 많으나, 대부분의 음료수는 약 성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특히, 항생제나 항진균제는 우유는 피해야 한다. 우유나 유제품 내 칼륨성분이 체내 흡수를 심각하게 방해한다.

바나나와 귤, 오렌지 등 칼륨 식품은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일부 고혈압약은 체내에 칼륨이 많아지면 심장박동을 과도하게 만들거나 근육통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일부 고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은 자몽을 함께 먹으면 혈중 농도를 상승시켜 과도하게 혈압을 낮추거나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감기약을 복용할 때는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피해야 한다. 감기약이나 복합 진통제에는 카페인이 함유돼 있어 과잉 섭취할 경우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현기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 등 일부 소염진통제의 경우에도 카페인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카페인이 위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 등 부작용을 증가 시킨다.


◇모든 약을 '식후 30분'에 먹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에 복용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약은 식사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약이다.

백정순 대전성모병원 약사는 "세끼 식사는 대체로 일정한 시간대에 하기 때문에 식후 30분에 맞춰 약을 먹으면 약 성분의 균등한 혈중농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며 "식후 30분경에는 공복상태가 아니어서 복용한 약에 의한 위장장애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골다공증치료제는 음식물을 섭취하기 최소 30분 전에 복용해야 약물의 흡수율이 올라간다. 또, 일부 당뇨병약은 식사 전에 복용해야 식후 혈당 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식사 직후에 복용해야 하는 약물도 있는데, 음식물이 있을 경우 흡수가 잘되고 효과가 높아지는 약물이거나 거꾸로 약 성분이 위장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식사 직후에 복용함으로써 위장장애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함이다.

일례로 무좀치료제인 이트라코나졸은 식사 직후에 복용할 경우 위장장애를 줄일 수 있다. 이부프로펜, 디클로페낙 성분의 소염진통제와 철분제는 공복 복용 시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한편,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비만치료제는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지방성분이 흡수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약으로 약효를 높이기 위해서는 식사와 함께 먹거나 음식물이 흡수되는 식후 1시간 이내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식전에 복용하는 약물은 음식물에 의해 흡수에 영향을 받는 약물이거나 공복에 복용해야 약효가 더 커지는 약물이다. 골다공증치료제인 리세드론산나트륨의 경우 음식물 섭취에 따라 흡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흡수를 위해 아침식사 최소 30분 전에 복용해야 한다. 만약 복용 시기를 놓쳤다면 하루 중 어떤 때라도 음식물이나 음료수의 섭취 최소 2시간 전후로 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점막보호제인 수크랄페이트는 위장관 내에서 점도가 매우 높은 젤을 형성해 위 점막을 보호하는 약물이다. 식전 1시간에 복용하면 식사 후 분비되는 위산과 음식물에 의한 자극으로부터 약해진 점막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비스포스포네이트계열의 골다공증 치료제는 약 흡수가 음식물에 의해 방해되므로 체내에 잘 흡수되기 위해서는 식사 1시간 전에 복용하고, 복용 시에는 약이 식도에 붙어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아울러 복용 후 바로 눕는 것도 금물이다.

식간(공복) 복용은 식사와 식사 사이의 공복 시 복용하는 것으로 주로 식후 2시간에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식간 상태에서 복용하게 되면 음식물과의 상호 작용을 최소화하거나 약효가 빨리 나타날 수 있다. 단, 위장장애를 유발하는 약물의 경우에는 부작용이 더 커지게 된다.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식간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의 경우, 위 내 산도가 높은 식후 1~2시간 또는 공복에 복용하면 위산에 의한 통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졸음 유발하는 약은 자기 전에 먹어야

최면진정제, 신경안정제는 복용 시 졸림을 유발하기 때문에 1회 복용 시 취침 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고혈압 치료제인 독사조신처럼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1회 복용 용법일 경우 취침 전 복용을 권장한다.

변비약도 복용 후 7~8시간 이후 작용이 나타나므로 취침 전 복용하면 아침에 배변효과를 볼 수 있다.

재채기, 코막힘, 가려움, 눈 따가움 등 알레르기성 비염치료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는 복용 후 졸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운전, 기계 등 조작 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취침 전 복용이 바람직하다.

심바스타틴 성분의 고지혈증 치료제는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이 활발히 일어나는 저녁에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심바스타틴보다 약효를 나타내는 작용시간이 긴 아트로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은 시간에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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