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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풀리면서 동계훈련 기간 준비를 철저히 했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숨겨왔던 기량을 뽐내기 시작하며 경륜 판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동계훈련을 철저히 준비한 선수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경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볼 것을 조언한다.
몸싸움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쉽지가 않다. 기량이 안 되면 대열을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몸이 만들어져야 시속에 여유가 생기고 경기의 흐름이 보이면서 몸싸움을 펼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몸싸움에 소극적이던 선수가 갑자기 적극성을 보인다면 눈여겨 볼만 하다. 그만큼 몸이 만들어졌다는 얘기일 수 있다. 지난 광명 12회차(3월 23~25일) 경주에 출전했던 양승규를 보자. 양승규는 평소 경주를 주도하기보다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성적 역시 좋지 않았다. 그런 그가 3월 23일 11경주에서 끌어내는 작전을 구사했고, 아쉽게도 강자 뒤를 마크하지는 못했지만 승부욕은 그 누구보다 좋았다. 양승규의 진면모는 그 다음날인 3월 24일 10경주부터 발휘됐다. 초주 선행의 불리함 때문인지 배당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라인전환을 통해 강자인 주석진 후미를 마크했고, 결국 2착을 기록하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1위 주석진, 2위 양승규가 들어오면서 쌍승식 32.4배의 중배당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다음날인 3월 25일 9경주에서는 양기원, 이창용이라는 강자를 맞아 우승은 커녕 입상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깜짝 젖히기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위 양승규, 2위 양기원으로 쌍승식 17.0배의 중배당이 나왔다.
이외에 소극적인 경기를 펼칠 때가 많았던 엄정일도 최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3월 23일 14경주에서 7착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뭔가 해보려는 의지를 내비친 엄정일은 다음날 경주에서 끌어내는 작전으로 3착을 기록했고, 일요일 15경주에서는 유태복, 이정우라는 강자를 상대로 곽현명과 협공을 통해 동반입상에 성공했다. 곽현명 1착, 엄정일 2착으로 쌍승식 125.5배의 고배당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한바퀴 장학순 수석기자는 "평소와 다른 적극성을 보인다면 어느 정도 몸상태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한 만큼 이를 감지하고 발 빠르게 경주 분석에 적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륜에서 초반 줄서기는 승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함께 경주에 나선 선수들이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제일 앞쪽이나 후미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결국 기량이 부족하고 연대세력 없는 선수들은 자리 잡기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자리가 좋지 않다보니 결국 승부 타이밍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약자들은 후미권에서 끌려 다니면서 부진한 성적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고 섣부른 반격에 나서기도 어렵다. 무리하게 기습에 나서거나 중간에 젖히기 반격을 하다가 실패하면 아예 최하위로 밀려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가끔 후미권에서 강자들을 상대로 젖히기를 시도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설픈 반격은 오히려 더 안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격에 나선다는 것은 나름대로 훈련량이나 몸상태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에 마크, 추입 위주의 경기를 펼치던 선수라면 더욱 기억해 둘만 하다.
그렇다고 젖히기를 하려고 자전거를 빼자마자 뒤쪽으로 흘러 버리는 선수들까지 주목할 필요는 없다. 젖히기에 성공은 못했지만 외선 병주를 유지하면서 선두권에 진입을 했거나, 선두권 진입에 실패했더라도 완전히 흐르지만 않고 병주 상황을 유지했다면 다음 경주에서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특히 경기를 주도한 선행형 강자의 시속이 좋았다면 머지않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마크, 추입형 선수가 자력 승부를 펼칠 경우
후미권에서 끌려다니던 선수가 갑자기 자력 승부를 펼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선행이나 젖히기에 나선다는 것이 쉬울 것 같아 보이지만 평소 마크, 추입에 주력하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안그렇다. 선수들도 "인터벌 훈련 등을 통해 선행 훈련을 하기는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실행하기 만만치 않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결국 마크, 추입형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행이나 젖히기를 시도해 나간다는 것은 그 만큼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크, 추입에 주력하던 선수가 어느 순간부터 자력 승부에 치중한다면 눈여겨 볼만 하다.
그렇다고 선행이나 젖히기를 나선 모든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기는 어렵다. 자력 승부에 나서서 어느 정도 버텨내며 3, 4착 정도를 유지하거나 젖히기에 성공은 못하더라도 외선에서 끝까지 버티며 선두권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다음 경주에서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마지막 한바퀴 장학순 수석기자는 "동계훈련기간 철저히 준비했던 선수들의 활약이 서서히 눈에 띄고 있는 만큼 앞에서 언급됐던 내용과 비슷한 승부욕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눈여겨보는 것이 경주분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