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가 올해 가격은 내렸지만 오히려 판매가 줄어들며 '봄 과일 왕' 자리를 딸기에 빼앗겼다.
계절관세란 농산물의 국내 생산과 출하의 계절적 영향을 고려해 해당 품목의 수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국산품이 많이 출하되는 시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그 외 기간에는 관세를 철폐하거나 감축하는 제도다.
원래 미국산 오렌지에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기존 양허세율인 50%를 적용하고, 3∼8월에는 30%를 적용했으나 한·미 FTA에 따라 이를 매년 순차적으로 감축하다가 올해부터 완전히 철폐했다.
하지만 이처럼 가격이 싸졌는데도 대형마트에서 오렌지 판매량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오렌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감소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년간 3∼4월 과일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했던 오렌지는 올해는 딸기에 밀려 매출 순위가 2위로 떨어졌다.
오렌지 가격이 싸졌는데도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는 갈수록 먹기 편한 과일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면서 203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일 소비에서도 '편의성'을 중시하는 현상이 확산, 딸기나 바나나처럼 칼을 쓰지 않고도 손쉽게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반면 오렌지는 손으로 까서 먹기가 힘들고 칼이 필요해 젊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도 다른 과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마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바나나가 사과를 제치고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바나나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반면 사과 매출은 10.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일뿐 아니라 반건조 생선, 소포장 채소 등 별도로 손질할 필요가 없는 간편 식품에 대한 수요가 신선식품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