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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노리카 '임페리얼'서 유리조각 나왔는데도 소비자와 불통으로 '눈총'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8-03-30 08:10


최근 제품에서 유리 조각이 발견된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 12'. 사진출처=페르노리카코리아 홈페이지

위스키 수입업체 페르노리카가 잇단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제때 적응하지 못해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 중인 페르노리카가 이번에는 대표 위스키인 '임페리얼 12'에서 유리조각이 발견돼 브랜드 명성에 제대로 흠집이 나게 된 것. 특히 '임페리얼'은 지난 2016년 취임한 장 투불 사장이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할 브랜드로 꼽을 정도로 공을 들였던 만큼 이번 유리조각 혼입 논란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페르노리카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로 소비자들의 공분도 사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그동안 국내에서 번 수익 대부분을 지분 100%를 보유한 프랑스 지주회사가 챙겨가는 고배당 잔치로 소비자들로부터 '한국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런 만큼 이번 유리조각 파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울 수밖에 없다.


페르노리카가 행정처분을 받은 내용
행정처분만 이행하면 '땡'?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정보포탈에 따르면 최근 페르노리카가 수입해 판매하는 '임페리얼 12' 제품에서 지름 약 8㎜의 유리조각이 발견됐다. 이는 식품위생법 7조(식품 또는 식품 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 4항의 위반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식약처는 영업정지 및 해당제품 폐기 처분 명령을 내렸다. 영업정지 기간은 지난 15~17일로, 이 기간 페르노리카의 위스키 수입이 중단됐다. 또 이물질 제품 생산일인 2016년 3월 14일 제품을 모두 폐기해야 했다.

지난 1994년 첫 선을 보인 '임페리얼'은 국내 위스키 판매 3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9ℓ 기준으로 약 23만8000상자에 달할 정도였던 만큼, 애주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위스키는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아 유리 조각을 발견하지 못하고 마실 경우 건강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하지만 페르노리카 측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눈총을 받고 있다. 8㎜나 되는 유리 조각이 어떻게 발견됐으며, 어떤 이유로 '임페리얼 12'에 들어가게 됐는지 원인조차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또 문제가 된 제품과 같은 시기에 생산된 '임페리얼 12'의 처분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본지의 추가 질문들에 대해 페르노리카 측은 "'임페리얼 12'와 관련해서 올해 1월 소비자가 식약처로 보고했고, 식약처의 요청대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페르노리카는 식약처 행정 처분에 따라 남아 있는 해당 제품을 모두 확인함으로 후속 조치를 완료했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보내왔다.

이러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안일한 태도는 유해성분이나 이물질 등 식품 안전에 특히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임페리얼 12'는 영국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발표대로 제조 단계에서 유리 조각이 들어간 것이라면 페르노리카의 제품 생산 관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발렌타인이나 앱솔루트 등 페르노리카의 다른 제품들에도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

따라서 페르노리카는 보다 적극적으로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하기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정확히 확인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 또한 구체적으로 마련해서 공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르노리카가 이번 사태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보는 것과 달리 식약처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리 조각이 제품의 제조 단계에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도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제품과 같은 시기에 수입된 '임페리얼 12'는 모두 소진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따라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없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페르노리카 추락, 한국 소비자와의 '불통'이 이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이물질 논란 이전부터 페르노리카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페르노리카는 한국에서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등 두 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 앱솔루트 등의 수입판매를 맡고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임페리얼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2016년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 동안 1965억원의 매출과 2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부분은 페르노리카 본사의 배당정책. 국내에서 번 수익 대부분을 지분 100%를 보유한 프랑스 지주회사인 앨라이드도메크(Allied Domecq)가 챙겨가는 것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2016년에 115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91.2%로 사실상 수익(126억원) 대부분을 본사가 챙겼다. 전년은 순이익 101억원 중 92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91%였다.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것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페르노리카는 정작 한국 시장에 대한 분석에도 실패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8년 연속으로 판매가 감소 중인 이유는
국내 주류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제때 적응하지 못해 임페리얼과 발렌타인 등 대표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

특히 취임 1년6개월을 맞은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은 그동안 비용절감과 동시에 '35 바이 임페리얼'이라는 저도 위스키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에 적극 나섰지만 저도주 시장에서 페르노리카는 점유율 10% 미만에 그칠 정도로 고전 중이다.

한때 업계 1위를 달리기도 했던 페르노리카가 토종 위스키 기업인 골든블루에까지 밀리며 업계 3위로 밀려난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유리조각 혼입 사건 역시 소비자들과의 '불통'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페르노리카의 위기는 장 투불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잘못된 사안을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이제라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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