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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항소심서 집행유예…제3의 창업 나설까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8-02-05 18:24


삼성그룹의 총수 부재가 막을 내린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뇌물제공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음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후 353일 만에 석방됐다.

무죄는 아니지만 집행유예를 통해 구속 수감만큼은 면하게 된 만큼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현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그룹이 그동안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라 정체됐던 신사업 추진과 기업경쟁력 확보 차원의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통해 정경유착으로 깎인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산국외도피·경영권승계 부정청탁 무죄"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지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초 예상됐던 구속수감에 비하면 엄청난 감형이다. 이 부회장과 공범으로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전실 차장에게도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 역시 이날 석방됐다.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게 된 것은 법정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 도피 혐의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관련 부분이 무죄로 뒤집힌 게 컸다. 1심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 5가지 혐의에 대해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관련 5가지 핵심 혐의 중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대해서만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뇌물 금액은 크게 줄었다. 2심에선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원과 최씨 측이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 '사용 이익' 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1심에서 코어스포츠에 건넨 36억원과 정씨의 훈련용 말 구입비용과 선수단 차량구매 비용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 72억9000여 만원을 뇌물로 인정한 것보다 금액이 줄었다.

재판부는 법정형량이 높은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원은 뇌물로 준 돈일 뿐 이 부회장이 차후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낸 후원금 16억2800만원도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 판단했다. 1심은 삼성 측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영재센터 후원금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도 1심처럼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삼성 측이 그동안 특검팀에 "삼성의 자금이 최씨 측과 재단 등으로 흘러들어간 자금 관련 뇌물죄의 근거가 되는 대가관계가 충분치 않다"고 맞선 대부분이 인정된 셈이다.


2심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을 마친 뒤 "1심은 이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정경유착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며 "하지만 이 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특검이 기소한 뇌물 298억원과 비교하면 공소사실 상당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은 특검이 규정한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보이며 정치권력과 뒷거래,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전형적 정경유착 등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재계는 2심 재판부의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사를 밝혔다. 삼성그룹이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점에 주목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 직후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대외 신인도 회복, 경영 활성화 등의 효과는 개별 기업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판결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오해들이 상당부분 해소된 만큼 삼성그룹은 경영공백을 메우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M&A 등 국민신뢰 회복 움직임 나설 듯

재계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가 선고됨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경영전략의 첫단추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협력', '동반성장' 등의 기조를 따르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경유착 등으로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입 이미지 개선과 동시에 그동안 침체됐던 신사업 관련 투자 움직임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그동안 총수 부재 등을 이유로 '안정' 위주의 경영전략을 펴왔지만 이 부회장 복귀와 함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신사업 육성 위주의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삼성은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대규모 투자는 거의 나서지 않았다. 2016년 자동차 전장사업 등 신사업 육성 차원에서 하만(Harman) 등을 M&A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중단에 가까웠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이 창업 80주년 기념식에서 이 부회장 중심의 경영전략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로 삼성은 창립 80주년을 맞게 된다"며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88년 3월 22일 창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창업'을 선언했다면 올해는 이 부회장이 '제3창업'을 선언하는 형태를 통해 그동안 중단됐던 대규모 투자와 M&A에 속도를 내며 신성장동력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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