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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안이한 대처로 논란…여성 고객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8-02-01 07:59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인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점 업주가 여성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이를 이용해 협박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객보호 책임이 있는 배달의민족이 안이하게 대처한 것도 부족해 오히려 사태를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6년 12월 안전한 배달음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객정보보호를 포함한 고객 안심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자주 이용해 왔던 고객들은 이번 사태 이후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배달의민족 앱 삭제와 불매 운동 조짐까지 보이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음식 배달시켰다가 점주로부터 집주소·전번 공개에 협박까지 받아

이번 사건은 지난 23일 오전 5시쯤 직장인 여성 A씨가 서울 강남지역 24시간 배달음식점인 B업소에 음식을 주문하며 시작됐다.

주문한지 70분이 넘도록 음식이 오지 않자 A씨는 B업소에 전화를 했고, 요청사항에 '문 앞에 놔둬 달라'고 해서 음식을 문 앞에 배달했다는 성의 없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벨을 눌러 음식이 도착했음을 알려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이후 A씨는 B업소 점주와의 전화 내용과 불만사항을 배달의민족 앱에 마련된 리뷰 코너에 남겼다.

이에 B업소 점주는 A씨의 전화번호, 주소 등 고객정보 일부를 공개하는 등 보복성 댓글을 게재했다. 이 점주는 '부모님이 새벽에 이러고 다니는 거 아느냐', '사이버 모욕 및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 등 협박성이 짙은 내용의 댓글도 함께 게재했다.

이 같은 댓글에 놀란 A씨는 배달의민족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개인신상 정보가 공개된 댓글 삭제를 요청했지만 상담사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삭제권한이 없다. 사이버수사대에 직접 신고를 넣는 편이 제일 빠르다"는 말 뿐이었다.


당장 누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 신상정보 가지고 협박하는 배달음식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순식간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더욱이 B업소가 배달의민족으로부터 수차례 '우수업체' 인증을 받은, 나름 인지도가 높은 곳이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런데 업주는 주문자의 개인정보가 보복뿐 아니라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기 충분한 상황으로 몰고 갔고, 배달의민족은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

온라인에서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모르쇠'로 일관하던 배달의민족 측은 반응을 보였다. '권한이 없다'던 상담사의 설명과 달리, 피해자 전화번호 일부가 삭제되는 방식으로 수정이 되더니 조금 지나서 업주의 글 자체가 삭제됐다.

그리고 배달의민족 측은 지난 24일 오후 2시에야 정식 사과문을 고지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오른 사과문에서 배달의민족은 "한 업주가 고객의 불만 리뷰에 대해 댓글로 고객을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당사자 그리고 많은 배달의민족 이용자 고객들이 불안해했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다"며 "이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첫 대처가 미숙했다. 원래 이렇게 명백하게 주문자 정보를 이용해 위협하는 경우 댓글을 노출 차단하도록 되어 있지만 상담사가 매뉴얼 숙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다시 정비하겠다"고 사과했다.

'꼼수 사과문'과 말뿐이었던 고객 안심 캠페인에 '공분'

배달의민족이 공식 사과를 했음에도 네티즌들의 공분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선 배달의민족이 사과를 했다지만 사과문을 블로그에만 공개해 사태를 축소하려는 '꼼수 사과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객의 안전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대부분의 고객이 이용하는 모바일 앱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하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배달의민족 측은 "공식 입장이나 공지사항을 전달할 때 블로그를 통상적인 공식채널로 삼고 있다"며 당장은 사과문을 앱에 올릴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일찍이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그동안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6년 12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안심번호를 도입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받는 등 정보보호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안심 번호는 배달에 필요한 고객의 연락처에 가상의 전화번호를 적용한 후 업소에 전달되도록 해 전화번호와 같은 고객 개인 정보가 업주 측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또 주문 완료된 고객의 정보에 대해서는 점주나 배달원 등이 볼 수 없도록 처리해 일부 배달업주가 부정적인 리뷰에 대해 작성자를 찾아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객 안심 캠페인'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배달의민족의 개인정보 보호는 1년 만에 완전히 실패했음이 이번에 입증된 셈이다.

이와 관련 배달의민족 측은 "안심번호나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등 보안 시스템 상으로는 잘 처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상담원의 대처나 업주의 관리 차원에서 실패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업주들 중에서도 고객 정보를 배달 이외의 목적으로 잘못 사용하거나 심지어 누구나 볼 수 있는 리뷰 공간 등에 고객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행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에 대한 초기 보상 역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피해자에게 1만원 할인쿠폰을 지급했다가 "1만원 쿠폰으로 퉁 치려는 건가"라는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후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거주지 이전의 도움, 정신적인 치료 등의 추가 보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은 "1만원 할인쿠폰 지급은 안심센터 상담사가 이번 사안이 업주와 고객 간의 단순한 분쟁으로 알고 결정했던 부분"이라며 "이후 피해자를 만나 여러 보상안을 제안했고, 우리의 대응에 고객 분이 공개적으로 잘못을 용서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와 '혼밥족'의 증가로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급성장 중인 가운데 이번에 배달의민족의 고객 개인정보 관리 부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네티즌들 사이에서 앱 삭제와 불매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트위터에는 '#배달의_민족_불매'란 해시태그가 등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혼자 사는 여성 입장에서는 배달 앱을 이용할 때마다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개인정보가 완전히 오픈되는 사태가 배달 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배달의민족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도적, 정책적 시스템을 재검토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명확히 내 놓아야 여성 고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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