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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게이트' 애플 상대 법적 분쟁 본격화…국내 첫 집단소송 제기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8-01-11 07:47


애플 아이폰의 '배터리 게이트'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국내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한 것.

뿐만 아니라 애플과의 소송 결과에 따라, 아이폰을 판매한 이동통신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잔량이 부족했을 때 애플이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것이 최근 알려져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돼 게이트로 비화됐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1일 미국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다. 소송 참여고객은 150명이며 손해배상 청구액은 기기 평균 가격과 위자료를 합쳐 1인당 220만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애플은 지난달 20일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거나 추운 곳에 있을 경우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시키게 하는 소프트웨어(SW)의 업데이트를 고의적으로 실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을 인정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갑작스러운 전원 차단을 막는 차원에서 이뤄진 업데이트라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고지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애플의 행태는 소비자 권리 침해와 사업자 책무 미이행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소비자보호법 제19조는 사업자는 소비자에 대해 정보 제공 책무를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소비자기본법 제4조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SW 업그레이드 이후 기기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해당 사안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아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면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할 의무를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신형 아이폰 판매를 늘리려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사항을 숨겼는지의 여부도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아이폰은 배터리 일체형 제품이라 배터리 교체가 쉽지 않은 만큼 기기 성능이 떨어질 경우 소비자들은 기기 변경을 주로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저하를 이유로 구형 아이폰 사용자가 신제품을 구매했는지 여부와 규모를 측정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각종 정황들이 애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던 제품은 아이폰S6시리즈, 아이폰SE, 아이폰7 등 구형 제품들이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8시리즈와 아이폰X(텐) 등의 제품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외 업계가 "애플이 신제품 판매량 증가를 위해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플이 배터리 성능저하 업데이트 사실을 인정한 이후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등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장이 접수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검찰은 애플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각) 조사가 시작됐고 프랑스 경제부의 반독과점, 소비자 보호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는 애플이 인정한 뒤 소비자단체 '계획적 진부화 반대'(HOP)가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호주와 캐나다 등에서도 집단소송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시킨 것은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고, 제품 가격·계약에 합당한 성능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국내에서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외에도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예정이다. 우선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1차 소송에 이어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11일까지 소송 희망자를 받고 이달 중으로 방식을 확정해 구체적 위임 절차 등을 거쳐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송참여 희망자는 지난 9일 오전 기준으로 35만2394명에 달한다. 한누리는 구체적 소송 방식을 두고 검토 중인데 국내에서 손해배상 청구 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이르면 2월 초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국내법상에서는 피해자의 손해가 가해자의 고의 때문이었는지, 과실 때문이었는지 따지는 것이 큰 실익이 없다. 하지만 애플의 고의성이 입증되면 사회적 비난과 함께 판결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누리 측은 "피해자들이 손해를 입은 부분을 얼마나 정치하게 주장하고 입증하는지가 소송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다국적 기업인 애플이 소비자에게 보여온 무성의한 태도를 시정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이통사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국내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휘명은 이달 중순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한 직후, 국내 이통사에 내용증명을 일제히 발송할 계획이다. 내용증명은 법적 싸움에서 애플 하드웨어에 하자가 있다고 결론날 경우, 하자 제품을 정상 가격에 판매한 이통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는 "민법상 하자담보 책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하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6개월"이라며 "추후 애플과의 법적싸움 결과에 따라 2차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외에도 최근 배터리 폭발 사건이 발생하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9일 스위스의 애플스토어에서 과열된 아이폰 배터리가 폭발, 매장에 있던 고객과 직원 50여명이 대피하는 사건이 있었다. 아이폰에서 배터리를 작업 중이던 직원을 비롯해 7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애플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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